박진영 기자 입력 : 2023.11.01 15:11 ㅣ 수정 : 2023.11.02 09:33
국회 문체위, 국감자료 유출 관련 관광공사 임직원 5명과 안영배 전 사장을 형사고발 이용 의원, 기자와 만나 "국감자료 유출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가 여야합의로 진행" 김장실 사장 책임론= 국민혈세 쓰는 공공기관 내 전임사장 위한 '사조직' 행위 인지 못해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한국관광공사 임직원 5명이 안영배 전임 사장에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하 ‘문체위’) 국감 자료를 유출한 사태와 관련해 국회가 강경 대응에 나서 향후 파문 확산이 예상된다. 문체위가 관련자 6명에 대한 형사고발조치와 함께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향후 감사원 감사에서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김장실(67)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부실한 조직관리 책임' 문제도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 김장실 사장, 임직원 5명의 조직적인 국감자료 유출 사건을 전혀 몰랐다/현 CEO 보고라인 무력화되고 전임 사장 보고라인 가동
문체위는 지난 달 31일 전체회의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한국관광공사 본부장 A씨를 포함한 임직원 5명과 안영배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6명의 증인 고발의 건을 의결했다. 이들 6명은 모두 국회 모욕과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사장은 당초 국감 증인 고발 명단에 없었지만, 이날 여야가 사안의 심각성에 공감해 고발하기로 합의했다. A씨 등 임직원 5명은 공사의 대북지원사업과 관련한 국감 증인으로 안 전 사장이 채택되자, 다음날 관련 자료 26건을 안 전 사장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낸 혐의이다.
당초 안 전 사장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했던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관광공사 본부장 A씨를 포함한 임직원 5명과 안 전 사장이 연루된 국감 자료 유출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 청구가 여야합의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임 사장에게 5명의 임직원이 국감자료를 유출한 것은 심각한 기강해이 내지는 사조직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김장실 현 사장이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김 사장은 이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추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사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국회가) 김 사장에게 징계를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사장은 국감자료 유출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국회에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사장이 지난 해 10월 취임한 이래 만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A씨 등 5명의 임직원이 CEO인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전임 사장에게 대외비 공식 문건인 국감자료를 대거 유출하는 사태를 방치해온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한국관광공사에서 공식 조직이 무력화되고 전임 사장 라인의 사조직이 존속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김 사장이 현재 관광공사 조직관리에 있어서 심각한 헛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늬만 사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회 문체위가 김 사장에 대해서 징계할 수는 없다. 또 이용 의원이 말한 것처럼 형사고발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에서 국감 자료 유출에 대한 현직 CEO, 김 사장의 관리소홀 부족 문제를 지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광공사가 공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투명한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번 국감자료 유출사태에서 드러난 5명 임직원들의 사적 행동을 철저하게 문책할뿐만 아니라 김 시장의 책임문제도 분명하게 가림으로써 유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 사건의 발단=한국관광공사,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대북 자금 지원
이번 국감자료 유출 사태의 출발점은 3년전에 있다. 관광공사는 지난 2020년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에 대북지원을 집행했다. P단체의 대북지원사업 제안서를 받고 공사에서 3000만원, 자회사인 GKL(그랜드코리아레저)에서 1억2000만원, P단체가 통일부로부터 받은 1억5000만원 등 총 3억원으로 브로커를 통해 수수료를 지급하고 북한에 콩기름 등을 보냈다.
이용 의원은 관광공사의 이 같은 대북 지원에 혈세 낭비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당시 관광공사 CEO였던 안 전 사장을 이번 국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안 사장은 지난 19일 열린 문체위의 관광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대북 물자 전달 인수증이 있는지 물어보는 이 의원의 질의에 “공사에서 국회에 낸 자료를 달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인수증이 4월 22일자로 돼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민간인이 된 전직 사장에게 공공기관 자료가 유출된 게 심각한 기강해이라고 판단해 문제를 제기했다.
■ 사건의 발생=공사 임직원 5명, 안영배 전 사장에게 국감 요청 자료 내역‧26개 전체 자료‧예상 질의 등을 대거 유출
확인 결과에 따르면, 관광공사의 본부장 A씨와 실장, 팀장 등 5인이 안 전 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직후 의원실 요청 자료와 공사 내부 자료 26건, 의원들의 예상 질의와 답변 등을 이메일을 통해 안 전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 의원은 지난 26일 종합감사에서 "안 전 사장이 9월 25일 증인으로 확정되자 A본부장이 안 전 사장에게 국회 출석을 알리는 전화를 하고 B실장에게 자료를 전송하도록 지시했다"며 "B실장이 C팀장에게 자료를 요청했고, C팀장은 E본부장에게 보고하고 B실장에게 자료를 건넸다"고 밝혔다. B실장이 안 전 사장에게 보낸 자료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이용 의원실에서 요구한 자료 내역과 26건의 전체 자료, 예상 질의 등이었다. 여기는 ‘이용 의원실’ 이름이 적힌 파일과 홍익표(민주당) 원내대표 예상 질의와 답변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유인촌 장관은 “국감 자료를 외부에 제공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책을 철저히 마련하고, 감사를 통해 결과를 다시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광공사 핵심 보직에 특정 성향 인사들이 있어 전 정권 인사에게 국감자료 전체가 건네지는 국감 방해 행위가 일어난 것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