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0.26 05:00 ㅣ 수정 : 2023.10.26 05: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달 27일 취임 1주년 맞아 올해 10월 사우디에서 삼성물산 '네옴 산악터널 공사 현장 방문 '탈(脫)석유'로 대변혁 추진하는 중동지역에서 사업 확대 방안 모색 약 20조원 투자한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건설에도 박차 지난 1년 경제 위기 맞서 인재·기술 투자...올해 1년 주요사업 경쟁력 강화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에 위기가 드리우던 때 이 회장은 지난해 그룹 선봉에 섰다.
이 회장은 어느 그룹 총수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을 만큼 고난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는 올해 영업이익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5.75% 시작으로 △2분기 –95.74% △3분기 –72.2%라는 기록적인 ‘어닝쇼크’를 이어갔다.
회사 위기에도 이 회장은 계열사 사업을 직접 살피기 위해 국내외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그는 회장으로 취임한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광역시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한 데 이어 부산 스마트공장을 찾았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물산이 건설하는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현장을 돌봤다. 그 이후에도 △베트남 하노이 인근 삼성전자 법인(SEV) 스마트폰 생산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전자 천안·온양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 △중국 천진 삼성전기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 공장 등을 방문했다.
그는 안으로 각 계열사별 사업장을 누비며 직접 사업을 점검했고 밖으로 관계사와 회동하며 글로벌 경제 회복 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 수순을 준비하는 데 고삐를 조였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지난 1년간 보여준 행보는 기술, 인재, 투자, 동행, 글로벌 등으로 압축될 수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월 첫날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냈다. 그는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NEOM)’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방문해 직접 점검했다.
네옴은 사우디 대규모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하나로 추진하는 미래형 신도시다.
삼성물산은 네옴의 핵심 교통·물류 수단인 지하 철도 공사를 맡고 있다. 네옴시티를 구성하는 4개 구역인 △더 라인(거주 공간) △옥사곤(친환경 산업 단지) △트로제나(산악 휴양·레저 단지) △신달라(해양 리조트 단지) 가운데 삼성물산은 ‘더 라인(거주 공간)’ 하부 교통망과 인프라 시설 ‘스파인(Spine)’ 일부 구간 터널공사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에도 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살폈는데 1년 만에 다시 중동 지역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직접 살피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이 회장은 경영진과 함께 사우디 네옴을 비롯해 탈(脫)석유로 대변혁을 추진하는 중동 지역 비즈니스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라며 “지금은 비록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고 있지만 ‘글로벌 삼성’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 19일 반도체 전략 점검 차원에서 경기도 기흥·화성 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 건설현장을 살폈다.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오는 2030년까지 약 20조원 투자가 계획된 삼성전자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첨단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고도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연구, 생산, 유통 등 모든 과정을 한데 모은 복합형 연구 단지다.
이날 이 회장은 경계현 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송재혁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DS부문 경영진과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모든 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깊이 논의했다. 특히 첨단 공정, 개발 현황, 기술력 확보 방안, 공급망 대책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 회장은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우위와 선제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을 챙기는 것뿐만 아니라 파트너십 강화와 확장에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는 이달 22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承志園)에서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이건희 재패니즈 프렌즈·Lee Kunhee Japanese Friends)’ 정례 교류회를 주재했다.
올해 발족 30주년을 맞은 LJF는 1993년 故(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전자와 일본 내 반도체·휴대폰·TV·가전 등 전자업계 부품·소재 기업의 협력 체제 구축을 제안하며 시작된 모임이다.
이 회장과 LJF 회원사 경영진은 이날 교류회를 통해 지난 30년간 협력 성과를 되돌아보고 미래 협력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미국-중국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연이어 겹치는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하자고 독려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선도해 글로벌 윈-윈(Win-win)을 달성할 수 있도록 미래 개척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LJF 교류회를 마치고 숨 돌릴 틈 없이 사우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 투자부와 함께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개최했는데 이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 참석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의 국빈 오찬에 이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그리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양국 정상 회담에는 기업 CEO들이 배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산업을 이끄는 기업 리더들과 대화를 원하는 사우디 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동석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경영 행보에 주력해 ‘민간 외교관’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회장의 면모를 다시 한번 뽐낸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보다 앞서 열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10월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당시 그는 삼성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과감하고 도전적인 경영전략을 주문했다.
당시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새로운 분야를 이끌지 못했으며 기존 시장에서 추격자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보니 절박한 상황”이라며 냉철하게 평가했다.
그는 이어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하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보여준 이 회장 행보는 취임사로 갈음한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난 1년간 이재용 회장의 적극적인 현장경영 행보가 두드러졌다”며 “모바일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직접 사업을 점검하고 살피는 그의 행보는 내부적으로는 결속력을 다지고 외부적으로는 삼성의 사업 경쟁력을 기대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미래를 준비하며 인재나 기술을 위한 선제적 투자로 첫해를 보냈다면 앞으로 1년은 미래 투자를 지속하고 주요 사업 개선에 대한 전략적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