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도 지방 가나···“현실·실효성 의문” 목소리 여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가 균형 발전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금융 공기업 지방 이전과 관련해 KDB산업은행에 이어 IBK기업은행이 거론되고 있다. 벌써부터 기업은행 본점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지차체)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현실화 및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대구시는 유치 희망 공공기관 23곳 중 기업은행을 최우선 유치 기관으로 선정하고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연장선으로 대구시는 최근 한 일간지에 ‘기업은행! 대구에서 만나요’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기업은행 본점 유치를 위해 일찌감치 움직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7월 4일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와 예산정책협의회 회의를 갖고 기업은행 대구 이전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대구 달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대구시는 기업은행 본점이 자리하는 데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데다, 지역 기업의 99%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만큼 기업은행 설립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900억원대의 세수 증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실질적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대전시도 기업은행 유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은 유일하게 지역 은행이 부재한 만큼 기업금융 중심의 은행이 필요하다는 게 사전 유치 활동의 이유로 꼽힌다.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과 기업은행 본점 유치를 병행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수도권에 쏠려있는 금융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해 지역간 균형을 맞추는 건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현재 3대 국책은행 중 하나인 산업은행의 서울 여의도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다음 후보로 기업은행이 부상하면서 지자체들의 선제 대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지자체들의 이 같은 물밑 작업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지를 아직 선정하지도 않았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과정에서 진통을 일으키고 있는 내부 반발도 변수로 지목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는 최근 성명서에서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중 유일한 상장기업인데, 지방 이전 후 주가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며 “거시적 미래 전략이 아닌 당장의 선거 전략일 뿐이다. 부디 멀리 보고 정치하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위해선 관련 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은행(기업은행)법 제4조 1항은 ‘중소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돼 있다. 산업은행 역시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됐음에도 본점 소재지 관련 법 개정 작업이 공회전하면서 부산 이전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의 경제적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권에선 국책은행 본점 이전에 따른 지방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대와 금융 산업 집약도 분산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본점 기능 조직이 큰 회사고, 기업은행은 영업점 조직 기반이 더 크기 때문에 지방으로 옮겼을 때의 나타날 수 있는 효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실제 이전을 통한 베네핏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언론화하거나 총선 공약처럼 정치적 고려로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