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이자 드려요” 은행 정기예금 다시 꿈틀···막차 언제 탈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이달 들어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조금씩 오르더니 연 4%대 상품이 다시 등장했다. 한국은행이 올 1월부터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꿈틀대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은행권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데다, 지난해 말 빨아들인 정기예금 만기가 다가오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85~4.05%로 집계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각 3.80%, 4.00%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토스뱅크는 6개월 만기에 연 3.50%를 제공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 후반에 형성돼 있었다. 한국은행은 올 1월 기준금리를 연 3.50%로 인상한 뒤 현재까지 유지 중인데, 은행들은 기준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정기예금 이자를 제공해왔다.
여전히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지만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이달 들어 상승세다. 이는 은행들의 조달 환경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은행권 채권과 예금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데, 최근 은행채 금리가 뛰면서 정기예금으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22일 기준 연 4.47%로 전월 말(4.30%) 대비 0.17%포인트(p) 상승했다. 그동안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 물량이 꾸준히 증가한 데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채권 금리 상승세가 뚜렷해졌다.
여기에 지난해 말 레고랜드발(發) 은행채 발행 제한에 급증했던 정기예금 상품이 대부분 만기를 앞두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고객들은 만기가 도래한 상품에 대해 이자를 지급받고 해당 은행에 재예치할지, 갈아탈지 정할 텐데 금리 경쟁력을 잃는 순간 수신고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은행권에선 지난해 말 연 5%대 정기예금을 등장시킬 정도로 치열했던 수신 경쟁이 재현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고, 발행 한도 제한도 풀렸기 때문이다. 굳이 고금리 정기예금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까진 없다는 판단이다.
올 연말까지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소폭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서 수신금리가 하락 전환하기 전 ‘막차’를 타기 위해서는 당분간 짧은 만기로 운용할 것을 추천한다. 내년 하반기쯤 시장금리 하락 전환이 예상되는 시점부터는 만기를 2~3년 수준에서 잡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급격히 회귀하기 보다는 완만하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금은 중도해지시 이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시점 기준으로 보면 6개월 만기 상품에 가입한 뒤 내년 초중순 시장금리를 보고 고점 때 자금 운용 계획에 따라 길게 가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