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다시 가동된 부동산PF 살리기, 금융부실 대책 외면 말아야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지난해 9월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우려가 부각되면서 시장의 자금 경색도 본격화됐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려 건설시장은 연쇄 부도설이 돌 정도로 자금난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공포에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기획재정부 등 경제·금융당국은 ‘50조원+α(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 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에 나섰다. 정부 주도의 유동성 공급에 부실 우려에도 금융사의 자금 공급은 지속됐다.
마침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통화당국은 금리 인상에 나서며 긴축에 돌입했다. 국가 경제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물가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금리를 올려 시장 유동성을 제한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통화정책을 편 것이다.
경제당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이 같은 통화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행보인 셈이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유동성 공급이 단기 대책인 가운데 통화정책을 무효로 할 만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긴축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또 정부 주도의 유동성 지원으로 건설시장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금융시장의 부동산 PF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으면서 금융부실의 우려와 건전성 과제는 고스란히 남게 됐다.
결과론적으로 건설시장을 살리는 대신 금융시장 리스크는 잠시 보류하게 된 셈이다. 건전성 관리 등 리스크 회피는 오롯이 금융사의 몫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여전히 부동산 PF 대출 부실은 금융시장 최대 고민거리다. 브릿지론(토지 매입 대금 등 착공 전에 쓰이는 자금 단기 대출) 만기가 8월 말에 상당수 몰려있고 부실채권 규모와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시장에는 또다시 ‘9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1년 전 레고랜드 사태 때 고금리로 판매된 대규모 예적금의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면서 은행 등 금융사의 과열된 수신경쟁으로 대출 금리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시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유동성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26일 발표되는 정부 합동 주택공급 대책의 주축은 또다시 ‘금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부동산 PF를 통한 자금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PF 보증을 늘려 민간 금융회사의 대출길을 열어 약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선다. 이달부터 가동된 1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포함, 부동산 PF 공급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재원은 일부를 정부가 맡겠지만 대부분 국내 금융사가 담담해야 할 몫이다.
벌써부터 금융권에선 부담이 크다. 치솟는 연체율과 대출부실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사입장에서 여전히 리스크가 큰 부동산 PF에 뛰어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아서다.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결국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진다.
이에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을 살리겠다고 금융사에 다시 막대한 출혈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같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장이 우려하는 금융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정부 대책이 뒤따라야한다. 하지만 연체율과 유동성 등 금융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원론적인 당부 외에 정부차원의 금융사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확인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 구조상 주택시장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하지만 금융은 우리 경제의 기반이자 뿌리다. 부동산과 건설산업을 통한 당장 가시적 성과를 위해 금융 리스크를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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