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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생존법-③끝

위기 원인은 ‘지방 쇠퇴’···“지원 제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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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9.21 08:55 ㅣ 수정 : 2023.09.22 07:05

지방은행 거점 지역 GRDP 성장률 둔화··역성장 사례도
지방 경제 살아야 지방은행 살지만 뚜렷한 돌파구 없어
각종 제도 지방은행에 불리해··‘육성법’ 제정 요구 커져
“공공기관 자금관리·지역재투자 평가 등 유연화도 필요”
디지털 등 지방은행 자구 노력도 필수··“자생력 키워야”

지방은행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들의 업황 악화가 지방은행 건전성까지 전이되고,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을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붙는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지방은행이 처한 현재 상황과 위기 돌파 전략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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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방은행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지방 쇠퇴’ 가속화다. 수도권 과밀 현상에 지방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기업들의 업황도 악화되고 있다. 지방을 거점으로 둔 지방은행의 수익성·건전성 악화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방은행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방 경제’ 상황에 맞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금융 공급 역할만을 강조하며 채찍질하기보다는 시장 변화에 대응한 유연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지역별 지역내총생산(GRDP) 평균 성장률은 △대구 1.60% △부산 0.84% △경북 0.06% △경남 -0.30% △전북 1.66% △광주 2.84%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 GRDP는 2.56%다. 

 

GRDP는 정해진 경제 구역 내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격을 합한 수치로, 경제 구조나 규모 파악에 활용된다. 경제주체의 거주지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부가가치가 모두 계상되기 때문에 지역 경제 분석이나 정책 수립에 쓰인다. 

 

지역별 GRDP는 비수도권 중심의 성장 둔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북의 경우 2017~2018년과 2020년 GRDP가 잇따라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가 더디다. 경남은 지난 2020년 GRDP가 -5.4%로 주저앉았다. 광주와 전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추이를 보였다. 

 

지방은행들은 거점 지역의 경제 상황이 업황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기업(사업체)과 생산가능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며 영업 기반도 약화되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과 경기 부진의 충격에도 당면해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방은행 위기 돌파 전제는 지방 경제 회복이다. ‘지역 금융 공급→지역 경제 활성화→지방은행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선 금융 수요 주체인 ‘지방’이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지방은행에 적용 중인 제도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시중은행보다 높게 적용받는 규제나, 지방 육성 정책과 발맞추지 않은 제도 등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게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이다. 자금관리 은행 선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있는 지방은행이 아닌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에 뺏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대구·경북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 23곳 중 1곳만이 DGB대구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방에서 조성된 자금이 몰리면서 지역 자금 시장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지방은행들은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거의 최상위 등급을 받고 있지만, 지자체나 지방교육청 등의 금고 선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결과가 반영되는 비중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전국 946개 지자체 금고 중 지방은행이 차지한 건 204개(21.5%)에 불과하다. 

 

현은주 금융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지방은행 소재 지역 실물경제 침체로 인해 지방은행 역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 공급 선도형과 같이 역할만을 강조하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며 “(공기업 자금관리) 금융기관 선정 기준에 지역 기여 실적을 포함해 지방은행과 일부 의무거래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 시금고 지정 절차와 지역 재투자 평가 제도의 개선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방은행 육성을 골자로 한 은행법과 지방공기업법,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등이 다수 계류돼 있다. 지방은행들도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방에서 영업 중인 시중은행들과의 역차별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제화 등으로 지방 지자체·공공기관의 자금관리를 지방은행에 몰아줄 경우 경쟁 체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소위 돈이 되는 건 1금고인데 지역에 위치한 지방은행에 의무 거래를 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하면 기존의 다른 은행이 가진 것을 달라는 얘기이기 때문에 이해 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중소기업지원프로그램(C2) 배정 개선도 지방은행들의 주요 요구 중 하나다. C2는 한국은행으로부터 저금리로 자금을 차입해 중소기업에 금리 우대로 내주는 대출을 뜻하는데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배정받다보니 대부분을 시중은행이 가져가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제도적 지원과 함께 각 지방은행이 자생력을 키우는 것도 필수적이다. 대출에서 거둬들이는 이자 수익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비(非)이자 수익 발굴로 전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금융 사업 진출도 중장기적 과제로 지목된다.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에선 필요한 곳에 자금을 우선 공급하는 ‘핀셋 지원’ 필요성이 언급된다. 지역 금융 의무와 조직 외형 확장 등에만 매몰돼 무차별적인 여신이 이뤄질 경우 지방은행의 기초체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전략 실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정보기술(IT) 강화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지방은행들이 핀테크·빅테크와의 제휴를 비롯해 디지털 채널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오프라인 점포를 그룹화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활용도 제시했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핀테크·빅테크는 상대적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많기 때문에 이들은 플랫폼을, 은행은 금융 상품을 제공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지방은행 상품 중에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낮고 좋은 게 여럿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다가 제휴 이후 취급 규모가 늘어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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