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감수한다는 ‘한국형 ARPA-H’ 비전, 윤 대통령의 '바이오 혁신' 실현할까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예산안에 ‘한국형 ARPA-H’(이하 아르파-H)를 포함시키며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설립한 바이오 헬스 연구기관인 '아르파-H(의료고등연구계획국)'를 벤치마킹한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제약바이오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육성을 강조해 왔다. 아직 출범 전이지만 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통한 산업 육성도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29일 발표된 보건복지부 예산안 중에서 제약 산업 육성지원은 359억원으로 올해보다 87억원이 줄었다. 이와 대조적이게 한국형 아르파-H에는 495억원의 예산이 신규 배정됐다. 2033년까지 10년 동안 총 1조 9314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기존의 전통적인 제약 산업 육성보다는 혁신을 앞세운 바이오헬스 산업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한국형 아르파-H에 대해 긍정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건 의료의 측면에서 꼭 필요한 시도라 거시적인 측면에서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2022년 3월에 설립된 아르파-H(의료고등연구계획국)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구축한 바이오헬스 연구 기관이다. 또 아르파-H는 획기적인 신약 개발에 중점을 둔 초기 연구개발 프로젝트에만 65억달러(8조원)에 지원하는 바이오헬스 펀드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6월 아르파-H는 첫 지원 프로젝트로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정했다. 미국인 3200만명이 골관절염으로 고통 받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 과제로 선정한 것이다. 아르파-H 프로젝트 지원의 핵심은 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이다. 즉 실패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라도 국민 건강에 꼭 필요하면 지원한다는 게 아르파-H의 프로젝트 지원의 차별화다.
■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 "실패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도 투자하는 것"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바이오헬스 프로젝트 지원에 있어서 기존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큰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아르파-H는 실패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도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혁신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윤 정부는 한국형 아르파-H 지원 대상을 보건안보와 암 정복, 바이오헬스 혁신, 돌봄 개선, 필수의료 고도화 등 5대 과제로 정했다. 2024년 495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오는 2033년까지 10년 동안 1조9314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형 아르파-H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도 아르파-H를 통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얻게 되는 성과를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산 지원을 지속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지원한 프로젝트가 연속적으로 실패할 경우 성과 우선이라는 관료주의 특성상 한국형 아르파-H가 일찍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아르파-H가 법제화 되지 않을 경우 정권 교체 시 프로젝트 폐기도 가능하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아르파-H는 난치병과 같은 질병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보건 의료 측면에 R&D와 기술 개발이 숨어 있는 것”이라면서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이 관에서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 건강 증진에 있어서 관이 육성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큰 줄기를 보고 거시적 안목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보건의료와 과학기술의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