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계열사 합병으로 드러난 서정진 회장의 지배구조(G) 구상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으로 서정진 명예회장의 후계구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서 회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개인적 목적은 없으며 투자자들이 원했다”며 후계 구도를 겨냥한 합병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18일 통합 셀트리온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으나,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은 제외되면서 자연스럽게 후계구도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합병으로 셀트리온 그룹을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시키겠다는 서 회장의 비전이 가사화됐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 지배구조' 구상도 드러났다는 평가이다.
공시에 따르면 서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3%를 보유하고 있어 셀트리온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자회사로 셀트리온(20.05%)과 셀트리온헬스케어(24.29%),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100%)를 두고 있다. 또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 지분 54.84%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셀트리온홀딩스는 통합 셀트리온이라는 바이오제약 기업과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를 계열사로 두는 단순한 구조로 바뀌게 됐다. 이르면 6개월 후 셀트리온제약도 통합 셀트리온에 흡수 합병돼 그룹 지배구조는 더욱 단순해지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셀트리온홀딩스는 통합 셀트리온 지분 21.5%를 갖게 된다. 다만 합병에 따른 서 회장의 셀트리온헬스케어 11.19%의 지분율은 희석돼 낮아지게 된다.
■ 장남과 차남 모두 지분 없어 승계위해선 막대한 현금 필요해
서 회장의 후계구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장남과 차남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나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분은 소액주주 물량을 제외하고 계열사 임원과 다수의 서 회장 친인척들이 보유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후계구도는 장남과 차남이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을 일정 부분 보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 회장이 지분을 증여해야 하나 막대한 세금 부담 등의 이유로 꺼려할 가능성이 크다. 또 장남과 차남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취득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이 역시도 유상증자에 사용되는 막대한 투자 비용 문제가 걸림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1.19%를 처분해 현금 실탄을 보유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합병에 따른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서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현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최대주주의 기업 지배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 같은 방법을 제외하면 결국 상속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상속법 상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는 부인 박경옥씨가 26.75%를 상속받게 된다. 장남과 차남, 그리고 최근 서 회장의 호적에 이름을 올린 혼외자 2명까지 각각 지분 17.83%를 받게 된다.
■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의장 중심 승계구도 관측 많아
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지난 3월 복귀했다. 복귀 사유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셀트리온그룹의 경영 위기 해결사로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 및 그룹 내 미래 전략 재정비 추진을 위해 서 회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의 숙원 사업인 신약 위주 기업 탈바꿈을 통해 글로벌 대형 바이오제약사로 거듭나는 목표도 갖고 있다.
하지만 서 회장의 나이가 66세(57년생)임을 감안하면 셀트리온그룹의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로서의 도약과 확대는 차기 회장의 몫이다. 서 회장은 발판을 마련하는데만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장남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습이다. 서진석 의장이 통합 셀트리온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나온 관측이다. 차남 서준석 의장은 지난 3월 실종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것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원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