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삼성SDI가 2분기 영업이익률 7.7%을 달성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제치고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시현했다.
대규모 설비를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추구하는 배터리 산업은 과도하다 싶은 수준의 공장 증설을 추진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중국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까지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무리한 증설보다는 기술력 증진과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한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최고의 품질 △초격차 기술력을 추구하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매년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는 동시에 수익성 높은 배터리의 선별 수주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높게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 사장의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전략을 통한 삼성SDI 높은 수익성 시현는 올해 상반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흠 잡을 데 없는 2분기 실적... 수익성·품질 업계 최고 수준
삼성SD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 5조8406억원, 영업이익 4502억원, 영업이익률 7.7%를 기록했다.
동기간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8조7735억원, 영업이익 3602억원, 영업이익률 4.1%를 달성했다. SK온은 매출 3조696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영업손실 1315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한 바 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이 직전 분기 대비 크게 감소한 이유는 과거 GM에 공급했던 배터리 품질 이슈에 대한 비용 때문이다.
GM 전기차의 리콜이 진행됨에 따라 부채적 성격의 1510억원의 일회성 충당금이 발생했고, 이것이 2분기 비용으로 반영됨에 따라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설명이다.
반면 삼성SDI는 2분기 영업이익률은 7.0%를 기록한 직전 분기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삼성SDI의 2분기 전지(배터리) 부문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0% 수준 늘어나면서, 동일 기간 영업이익은 20% 수준으로 증가했다. 배터리 사업 역량 증진으로 매출 상승 비율을 뛰어넘는 영업이익 상승을 시현하면서 총 영업이익률도 끌어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주요 고객사의 프리미엄 차량 판매 확대 영향으로 당사의 P5 배터리 공급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의 P5 배터리는 BMW 전기차 i7, iX, i4 등 최신 고급 라인업에 주로 공급되는 제품으로, 다른 배터리 기업 대비 높은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삼성SDI는 배터리 공급이 문제 없이 원활하게 진행됐으며, 최근 몇 년간 배터리 품질 문제 이슈도 발생한 바 없다. 즉, 삼성SDI의 제품 공급 및 품질관리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 초격차 기술력 확보 사활…신개념 폼팩터 ‘46파이 배터리’ 주목
삼성SDI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도 사력을 다하고 있다.
최 사장은 연초 신년사에서도 “품질 경쟁력은 배터리 제품 자체의 설계 및 이를 구성하는 부품 그리고 양산에 이르까지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며 “최고의 품질 확보를 위해 여러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말하며 초격차 기술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의지는 배터리 연구개발 비용 투자에서도 나타난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 자료에 따르면 삼성SDI는 배터리 연구개발 비용으로 △2021년 8776억원 △2022년 1조764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6540억원 △7896억원을 투입했고 SK온은 △792억원 △2346억원을 사용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속 성장을 위해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및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크기가 커진 원통형 배터리를 4680배터리라고 지칭하는데 삼성SDI는 높이에 대한 규격을 보다 자유롭게 설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46파이 배터리라고 제품을 부르고 있다.
4680배터리는 지름 46mm, 높이 80mm 크기인 배터리로 업계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던 2170배터리 대비 5배 많은 에너지와 16% 더 긴 주행거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천안 공장에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생산(양산 전 단계)을 진행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삼성SDI는 최 사장의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하반기에도 뛰어난 영업이익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매출 5조9380억원과 영업이익 5300억원 △4분기 매출 6조7140억원과 영업이익 6430억원을 기록해 각각 8.9%, 9.5%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전망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으나 삼성SDI의 프리미엄 고객사 같은 경우는 양호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북미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견조한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어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물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