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분석, ‘교수’와 '금융인'이 주류 형성...올해도 '거수기 현상' 여전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교수’가 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은 금융·경영·법률·디지털 등으로 비교적 다양했다.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요구되는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충족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4대 금융지주에 대한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G) 부문 평가도 높은 수준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A+를, 하나금융은 A를, 우리금융은 B+를 각각 받았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여성의 수는 남성 대비 현저히 부족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를 더 많이 기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100% 수준이지만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예스맨’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수는 연봉기준으로 평균 7900만원∼1억원 대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 과반인 ‘교수’들 전공 분야는 다양해...'전관 예우' 논란 위험성 있는 관료 출신은 1명에 그쳐
2일 뉴스투데이가 올 3월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지배구조 현황을 종합한 결과 총 사외이사 30명 중 14명이 현직 교수, 2명이 전직 교수인 것으로 나타됐다. 임기 만료로 올해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도 7명 중 4명이 교수로 채워졌다.
금융지주별 총 사외이사에서 교수 비중을 보면 △신한금융 9명 중 7명(78%) △KB금융 7명 중 5명(71%) △하나금융 8명 중 4명(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유일하게 사외이사 6명 중 교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전·현직 교수 사외이사의 전공 분야를 보면 경영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법학 3명, 공학연구·기계공학 2명 등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멀티미디어·회계·국제·행정도 각 1명씩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들이 교수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건 금융 산업이 요구하는 높은 전문성 때문이다. 수십년간 강단에서 쌓은 전문성으로 기업 의사결정 동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관료 출신을 기용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전관예우 등의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이어간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선임한 교수들은 경영이나 경제 같은 금융사에 꼭 필요한 식견을 갖춘 분들이고 다양한 공적 활동을 통한 전문성도 높이 평가 받는다”며 “교수라는 이유가 사외이사 선임에 유리한 건 아니지만, 요즘 분위기상 객관적 측면에서의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교수 다음으로 많은 건 금융인으로 우리금융과 KB금융이 각각 5명, 1명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명씩의 기업인 및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법조인은 신한·하나·우리금융에 각1명씩이다.
■ 직업적 전문성·다양성 인정되나 성(性) 다양성은 부진···ESG 분야 전문가도 강화 필요성
금융지주 이사회의 필수 조건인 다양성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전문 분야에 대한 다양성은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의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의 상장 금융사 이사회 구성을 특정 성으로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0명 중 여성 사외이사는 7명으로 약 23%에 불과하다. KB금융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2명, 하나·우리금융 각 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여성 사외이사(6명) 대비 1명 늘긴 했지만, 여전히 기계적 성별 맞추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ESG 분야 강화 역시 과제로 꼽힌다. 금융지주들은 전반적으로 금융·경영·법률 등 회사 운영에 대한 다양성을 탄탄히 구축했는데, ESG 분야 전문 사외이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KB금융은 2명의 사외이사가 ESG를 전문 분야로 내세웠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 1명씩의 사외이사가 ESG를 담당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전문 영역에 ESG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4대 금융지주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사내·사외이사들이 모두 위원으로 참여해 기업의 ESG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조직이다. 이 위원회에서는 이사회 운영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지배구조(G) 분야도 논의된다.
■ 금융지주 경영진 견제 필요성 커지는데, 안건 가결 100%...반대표는 신한금융 3번, 우리금융 1번에 불과해
최근 금융당국과 금융시장에서 금융지주 이사회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대규모 횡령 등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 것과 관련 이사회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회사의 잘못된 판단이나 전횡을 막아야 할 사외이가 최고경영자(CEO) 보호 및 대관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가져야 할 독립성 자체가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외이사가 주요 경영진 후보 추천권을 가졌다는 점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따라서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열린 이사회는 모두 56번인데, 144건의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KB금융은 지난해 18번의 이사회에서 31건의 안건을 심의했는데, 찬성률은 100%였다. 신한금융은 15번의 이사회에서 37개의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하나금융은 9번의 이사회 중 38건의 안건을 가결했고, 우리금융도 14번의 이사회 중 안건 28건이 통과됐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 안건에서 ‘반대표’가 나온 건 신한금융이 △2월 9일 △3월 2일 △3월 24일 등 3번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나머지 사외이사들의 찬성표로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12월 8일 이사회 중 한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결과적으로 가결됐다.
금융지주들은 안건 통과율만 보고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평가해선 안 된다고 항변한다. 안건을 만들기 전부터 각종 현안에 대한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논의가 진행되고, 이사회는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찬성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으면 안건 자체가 올라가기 힘들고, 이해관계자간 충분한 보완을 거쳐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이 아예 없지도 않기 때문에 찬성이 많다고 이사회의 기능이 약화된 쪽으로 보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