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사례분석] 종근당‧유한양행‧한미약품 등 빅3 제약사 사외이사 분석...다양성 인정되나 견제와 감시기능 부족
빅 3 제약사 이사회 안건 사외이사 찬성율 100% 육박, 반대 없이 불참만 있어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내 제약 업계의 경우 오너일가의 적극적 경영 참여와 경영권 세습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특히 연매출 1000억원 미만의 제약사의 경우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상속 받을 때 ‘가업 승계’라는 이유로 세금이 면제된다. 이 제도로 중소 제약사는 오너 중심의 경영 문화가 쉽게 정착된다.
그러나 국내 제약 업계에서도 ESG경영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G(Governance‧지배구조) 개선이 최대 과제라는 전문가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G 개선을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오너)나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을 방지하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거나 기업의 내부거래를 감시하며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외부 전문가들로 사외이사진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기용하는 것은 기존 이사진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너의 자기 사람 채우기’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화된 사외이사의 경영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사회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해 국내 빅3 제약사 사외이사들도 이사회 주요 의안에 ‘찬성’ 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다. ‘타법인 투자’ ‘타법인 지분 양도’ 등과 같이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의안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했다.
국내 빅3 제약사 중 이사회의 오너 지배력이 가장 강한 곳은 한미약품이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창업 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이다. 임 사장이 한미약품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사회는 박재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또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임 전 회장의 처(妻) 송영숙 회장이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종근당과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는 전문경영인과 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유한양행은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는 기업이다.
■ 이사회는 기업 경영의 꽃, 기업 투명 경영 유도...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또는 3명 이상
주식회사라면 이사회를 두어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해야 된다. 상장사일 경우 이사회 회의록 등도 공개하게 돼 있다. 주식회사의 기업 경영에 있어 이사회는 ‘꽃’이라 할 수 있다.
이사회는 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일종의 의사 결정 기구다. 기업 경영에 있어 주요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표결에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법령과 정관에 의해 주주총회 권한으로 돼 있는 몇 몇 안건을 제외하고 기업의 업무 집행에 관한 모든 의사 결정 권한이 이사회에 있다.
상법 383조에 의해 3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해야 된다. 자본금 10억원 미만일 경우 1~2명의 이사를 둘 수 있다. 또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사진의 규모는 이사회를 통해 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대기업을 비롯해 상당수의 기업들이 이사회 참여 이사를 10명 내외로 구성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 경영을 위해 이사회 참여 이사진 수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상법 393조에 의해 중요한 자산 처분과 양도, 대규모 재산 차입, 지배인 선임‧해임과 지점의 설치 이전‧폐지 등 회사의 업무 집행은 이사회의 의결로 진행하도록 돼 있다.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독할 수 있다. 또 대표이사는 다른 이사 혹은 노동자의 업무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사는 3월에 1회 이상 업무의 집행을 이사회에 보고 해야 된다.
법적으로 이사회가 열리는 횟수에 대해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이는 각 기업의 정관 등에 의해 정할 수 있어 열리는 횟수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상법 상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승인을 얻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정상적 기업이라면 자주 열려야 된다.
또 이사회에는 사외이사를 포함시키는 것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 상법 542조의 8에 의하면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또는 3명 이상으로 하게 돼 있다. 4분의 1이상의 경우는 코스닥‧코넥스 상장사로 연매출 1000억원 미만 기업에 해당한다.
국내 빅3 제약사의 경우 코스피 상장사이며 연매출 1조원이 넘기 때문에 3명의 사외이사를 둬야 한다. 또 상법에서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어 3명 이하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최근 여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국내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는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 기업일 경우 여성을 사외이사로 둬야 한다는 제도(법적 효력은 없음)가 시행되면서 생겨난 변화다.
■ 종근당, 사외이사 1명 퇴임으로 후임자 물색 중…연봉은 2500만원으로 적은 편...사외이사 찬성률은 96%
현재 종근당은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이루어진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상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두어야 하나, 이사 총수의 과반이 넘는 비율이기 때문에 위법 사항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는 종근당은 3명의 사외이사가 있었지만 홍순욱 전 대전지방식약청장이 3월 임기만료로 사퇴한 후 후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타 제약사의 경우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나 종근당은 김홍배 삼성증권 리테일 전략담당 상무를 상임감사로 둬 운영하고 있다.
종근당의 사외이사는 현재 강인수(男‧61년생)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창동신(男‧69년생) 서울대 약대 교수다.
해외 제약사와 공동판매 또는 다국적 제약사 약품 제조(복제)‧판매에 치우친 국내 제약 산업 구조로 봤을 때 강 교수는 국제통상 전문가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 교수는 세포사멸연구센터 연구원 출신으로 독성학 분야 전문가다. 신약 개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서는 창 교수와 같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 종근당은 이 두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배경을 “경영 투명성 제고”라고 밝혔다. 현재 강 교수는 사외이사 1회 연임(임기 3년) 했으며 창 교수는 지난해 신규 선임됐다.
종근당의 사외이사 보수(연봉)은 각 2500만원으로 적은 편이다. 또 연봉 1억6800만원인 김홍배 상임감사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종근당홀딩스 2명의 사외이사도 각각 2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종근당은 지난해 중요 의결을 위해 총 11번의 이사회를 열었으며 25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강 이사는 지난해 8월 11일 열린 이사회에 불출석해 ‘미즈호은행 서울지점 일반대출 한도 신규의 건’과 ‘천안 공장 인접 토지 매입의 건’ 등 2개의 안건을 표결하지 못했다. 이를 제외하면 종근당 사외이사는 총 96%의 찬성율을 보였다.
■ 유한양행,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 가장 높아…사외이사‧감사위원 보수 차등 지급...사외이사 찬성률은 98.9%
현재 이사진 7명 중 4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사진 8명 중 5명이 사외이사이었다. 그만큼 유한양행은 사외이사의 경영참여를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유한양행의 사외이사는 지성길(男‧63년생)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박동진(男‧64년생)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준철(男‧65년생)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신영제(女‧67년생) 법무법인 린 파트너변호사다.
이 같은 사외이사 구성은 제약사 및 타 기업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업태와 관련 교수급 전문가 1인 이상을 사외이사로 두고 법률 및 회계 전문가를 두는 게 통상적이다.
지 교수는 생명과학전문가로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박 교수와 신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다. 박 교수의 경우 대한의료법학회장을 역임하고 있어 제약사의 법률 자문 역할로서는 최적임자다.
현재 지 교수와 박 교수는 사외이사 1회 연임했으며 김 회계사와 신 변호사는 올해 선임됐다.
유한양행은 2명의 사외이사에게 각 6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박 교수와 김 회계사, 신 변호사는 유한양행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감사 연봉 7800만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총 11번의 이사회에서 유한양행은 36개의 안건을 상정했다. 이철 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9월 13일 이사회에 불참해 ‘타법인 투자’ ‘기구조직 개편 및 임원인사’ 의안에 표결하지 못했다. 이를 제외하면 유한양행 사외이사의 찬성율은 98.9%에 달한다.
■ 한미약품, 이사회 개최 및 안건 상정 가장 적어…사외이사는 무보수...사외이사 찬성률은 91.7%
한미약품은 이사 8명 중 4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중 3명은 올해 신규 선임됐으며 1명은 연임이다.
한미약품은 윤도흠 교수와 김태윤 교수, 황선예 교수, 윤영각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 교수(男‧56년생)는 차의과대학교 의무부총장이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과장 출신이다. 한미약품은 윤 교수의 역할에 대해 “의료분야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당사 파이프라인(신약개발) 전반에 대한 효율적이고 합리적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김 교수(男‧61년생)는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다. 하버드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경제규제혁신TF 민간팀장을 맡고 있다. 한미약품은 김 교수에 대해 “사회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당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분석했다.
윤 대표(男‧53년생)는 파빌리온자산운용‧엠씨파빌리온대체투자 대표로 있다.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법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미약품은 “법률 및 회계‧재무 분야 전문가로 독립적 관점에서 당사의 활동을 점검하고 지원하는 역할 적임자”라고 윤 대표를 평가했다.
황 교수(女‧54년생)는 한미약품이 회사 경영의 투명성 제고 및 다양성 강화를 위해 영입한 인사다. 숙명여대 영문과 교수 출신으로 동 대학 총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한미약품 사외이사 1연임하고 있다.
다만 황 교수의 경우 한미약품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사외이사 선임 사례와 결이 다르다. 저마다 경영 일선에서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력을 갖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사외이사 신유철 변호사는 전주지검‧수원지검‧서울서부지검 검사장을 지냈다. 법률가로서의 이력도 화려하며 평검사 시절 조세‧경제 통으로 불린 인물이다. 또 사외이사 김용덕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에 대법관 출신이다.
이에 비하며 경영 투명성 제고 및 다양성 강화 전문가로 황 교수의 이력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숙명여대 미술대학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송 회장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한 인사로 보여진다.
한미약품은 이들 사외이사에게 보수를 주지 않는다. 김태윤‧황선예‧윤영각 이사의 경우 감사위원으로 등록돼 있어 이 보수를 받는다. 지난해 감사위원 1인의 보수는 5400만원이다. 이번 분기보고서 상 4명의 감사위원에게 각 6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공시 오류로 윤도흠 이사도 감사위원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김 교수는 CJ제일제당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김 교수가 감사위원(사외이사)으로 받은 지난해 연봉은 7600만원이다. 이와 별계로 한미사이언스의 사외이사인 신유철 변호사는 5700만원의 감사위원 연봉을 수령했다. 신 변호사는 예스코홀딩스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며 지난해 4100만원의 연봉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총 8번의 이사회를 개최해 6개의 의안을 의결했다. 이동호‧김성훈 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18일 ‘재무제표 승인 건’에 찬성한 후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또 김필곤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24일 이사회에 불참해 ‘대표이사 선임에 관한 건’에 표결하지 못했다. 김 사외이사는 이후 중도 퇴임했다. 이를 반영하면 91.7%의 찬성율이다.
현재 국내 빅3 제약사의 사외이사 운영은 과거의 방식과 많이 달라졌다. 과거가 오너 집약적 사외이사 운영이었다면 현재는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법률가와 회계사를 사외이사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 좋은 인재를 찾다보니 타 기업과 겸직하는 사외이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선임에 어려움을 겪어 공석인 곳도 있다. 사외이사의 임기가 3년이기 때문에 최소 3년 후 사외이사 제도의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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