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전자 '깜짝 인사' 단행으로 반도체 사업에 숨 불어넣나
정기 인사 5개월 앞두고 메모리·파운드리 등 반도체 부문 수장 전격 교체
반도체 실적 부진·반도체 기술 경쟁력 우려 따른 위기감 해소 '극약 처방'
파운드리사업부 CTO에 정기태 부사장·기술개발실장에 구자흠 부사장·D램 개발실장에 황상준 부사장
D램 최강자 삼성전자, 최신형 DDR5 1위 SK하이닉스에 빼앗겨
SK하이닉스, 'AI반도체' 핵심 HBM에서 삼성전자 앞지르고 세계 1위
삼성전자, 첨단 기술력과 생산능력 세계 최고 수준 유지해 향후 기대감 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재계 임원 인사는 매해 연말에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최근 DS(반도체)·DX(가전·모바일) 등 주요 사업부 임원을 교체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기 인사를 약 5개월 앞둔 이번 인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업황 악화 등으로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는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개발 부문 수장이 전격 교체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 7~8월경 부사장급 임원 신규 영입 및 교체 등 인사를 단행한 바 있어 ‘상시적 조직 개편’ 정도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입장이지만 업계 시각은 사뭇 다르다.
반도체 실적 부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까지 감지되면서 위기의식을 확산돼 분위기와 조직을 쇄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단행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일 DS(반도체)부문 파운드리 및 메모리 개발 총괄 임원을 새롭게 발탁했다. 더불어 D램 개발을 이끄는 개발실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에는 정기태 부사장이, 기술개발실장에는 구자흠 부사장이 선임됐다.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에는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선행개발팀장에 유창식 부사장, 설계팀장에 오태영 부사장, 전략마케팅실장에 윤하룡 부사장 등이 합류했다.
D램 차세대 제품을 연구하는 D램개발실은 기존에 D램설계1팀, D램설계2팀, I·O팀, 선행개발팀 등 4개 조직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이번 재정비를 통해 D램개발실 아래 설계팀과 선행개발팀을 두고 설계팀을 3개 조직으로 나눠 이전보다 더욱 세분화됐다.
업계에서 이번 삼성전자 인사 배경에 대해 단순히 시기상 이유가 아닌 DS 부분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 핵심축으로 비정기 인사인데다 기술총괄임원 교체는 위기대응을 위한 특단의 조치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30년째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D램은 부문 인사와 조직개편이 집중 조명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43.2%다. 이는 45.2%를 기록한 직전 분기보다 조금 감소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시장점유율 28.2%로 2위를 차지한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과 비교해도 큰폭의 차이를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D램=삼성전자’라는 공식이 일반화됐지만 DDR5 등장으로 시장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DDR5은 2020년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발표한 최신 서버용 D램 규격으로 현재 범용으로 사용 중인 이전 세대 DDR4보다 성능이 2배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DR5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에 최적화된 차세대 제품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버용 D램에서 차지하는 DDR5 비중은 2분기 13%에서 올해 말 4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DDR5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도 마이크론도 아닌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세계 최초로 DDR5 개발에 성공하면서 서버용 D램 세대교체를 가장 빠르게 준비했다.
올해 1분기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1위 인텔은 DDR5를 지원하는 사파이어 래피즈 CPU를 선보였다. SK하이닉스는 인텔로부터 DDR5 기반 10나노급 4세대(1a) D램 인증을 받아 인텔 CPU와 함께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삼성전자가 DDR5인 1b D램을 가장 먼저 상용화해 미국 반도체업체 AMD에 전용 제품을 공급했지만 데이터센터 CPU 부분 점유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인텔의 선점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선 셈이다.
HBM(고대역폭 메모리)도 비슷한 양상이다. HBM은 AI 반도체 핵심으로 떠오른 기대주이며 관련 시장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칩 8개를 수직 적층한 16GB HBM3을 양산했다. 그로부터 1년도 채 안 된 지난 4월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를 구현한 HBM3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HBM 부문 기술력을 선점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관련해 “올해 2분기 D램 출하량은 기저 효과와 HBM, DDR5의 서버용 제품 출하 확대로 1분기에 비해 약 3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진 연구원은 “1분기 서버용 DDR5 비중이 10% 초반이었다면 2분기 서버 D램 내 DDR5 비중은 3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2분기 D램 부문 수익성은 1분기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개선되며 BEP(손익분기점)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사업에서 초격차(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격차)기술력은 시장 지배력은 물론 수익성과 연결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세계 최강자 삼성전자가 경쟁업체에 비해 대응이 한 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비관할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첨단 기술력을 빠르게 추격하고 생산능력이 비교할 수 없는 절대 우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술 선점 부분에서는 다소 밀렸지만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DDR5 점유율 회복과 감산 효과 본격화에 따른 재고 하락 가속화로 빠른 실적 개선과 연말 HBM3 출시가 기대된다”며 “높은 메모리 점유율과 수익성, 파운드리, 세트(Set)사업을 고려하면 실수요 회복기에 성장성은 더욱 차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임원 교체는 오히려 조직 내 분위기 변화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당면한 위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쇄신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 반도체 공정 선폭을 줄이는 능력 우위를 두고 양사(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1 ·2위를 다퉜는데 최근 DDR5이나 HBM 부분도 같은 맥락”이라며 “특히 DDR5는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선점한다기보단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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