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참전에 경쟁 불붙는 '자회사형 GA'…"설립절차 개선 필요" 지적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흥국생명도 GA 자회사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GA 자회사 HK금융파트너스가 이달 20일 출범식을 개최했다. HK금융파트너스는 다음달 5일 본격 영업을 개시한다. 흥국생명은 보험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HK금융파트너스가 상품 판매를 전담해 영업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흥국생명은 2018년과 2022년 GA 자회사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지급여력(RBC) 비율, 콜옵션 사태 등을 이유로 신고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올해 4월 10일 다시 신고를 진행해 같은 달 19일 최종 수리돼 GA 자회사 설립이 가능하게 됐다.
HK금융파트너스 신임 대표로는 지난해부터 흥국생명의 영업을 총괄해 온 김상화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흥국생명은 김 대표가 30여년 간 축적한 폭넓은 보험영업 경험과 네트워크로 HK금융파트너스의 성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사의 GA 자회사 설립 배경으로는 '제판분리'가 꼽힌다.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보험상품 개발 영역과 판매채널을 분리하는 것이다.
GA 소속 설계사는 소속 보험사의 상품만을 취급할 수 있는 전속 설계사와 달리 제휴된 곳이라면 생‧손보를 막론하고 모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 보험사의 설계사를 일일이 만나 상담할 필요 없이 GA 설계사를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사들이 GA 자회사 설립에 나서고 있지만, 설립 초기 비용 등으로 발생하는 적자를 빠르게 탈피하는 것이 과제로 지목된다. 앞서 GA 자회사를 설립해 제판분리에 나선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GA 자회사는 출범 초기 적자를 기록하다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GA 자회사 설립 선두주자인 한화생명은 2021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 이후 올해 들어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41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1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11월 대형 GA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면서 GA 3개사(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를 보유하게 돼 2만5000여명 규모의 설계사를 보유한 초대형 GA로 자리잡았다.
미래에셋생명의 GA 자회사 미래에셋금융서비스도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2022년 1분기 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27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신한라이프는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했으며, 지난해에는 KB라이프파트너스가 출범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점을 마련하고 운영하는데 드는 초기비용이 크게 들어가는데다 영업망 구축에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만큼 흑자 전환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흑자 전환까지 3~5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면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경우 제판분리를 일찍 시작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다른 GA 자회사들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GA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제판분리가 확산되면서 판매자 책임문제와 상품판매사에 대한 영업행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올해 3월부터 약 두 달 간 진행된 금융감독원 정기검사에서 수십건에 달하는 불법 영업행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지점장 8명과 설계사 11명이 각각 영업 과정에서 고객 보험료 대납, 특별이익 제공, 경유계약(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 등 불법행위를 한 의혹을 받는다.
최 의원은 흥국생명이 검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GA 자회사를 설립한 것을 지적했다. GA 설립은 절차상 신고로 돼 있으나 사실상 승인 형태로 이뤄진다. 불법영업행위로 조사가 진행돼 결과 발표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GA 자회사가 설립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최 의원실은 특별이익제공에 흥국생명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며 GA 설립으로 제판분리가 이뤄지면 조직적 불법영업행위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이 같은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GA 설립 절차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임직원들까지 연루된 불법적인 영업행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및 근절과 함께 임직원 문제나 회사의 부적절한 행위도 GA 설립의 선행조건이 돼야 영업에 최선을 다하는 설계사들의 권익 증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