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40년, 사라지는 미래(1)] 2022년 출산율 0.78명 'OECD 최저'…반등 가능할까
15년간 280조 투입…매년 수십조원 쓰고도 출산율 하락 지속
尹정부, 4차 기본계획 전면 재검토 '체감도 높은 과제 발굴'
"수요 부분 과잉규정…구체적 방안 없어 실효성 낮아" 비판도
대한민국은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을 기록한 이래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학령인구‧병역자원‧생산인구‧총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수십조원을 투자해왔으나 출산율 하락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저출산 정책의 진단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을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산이란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경우는 초저출산으로 본다. 한국은 2017년 합계출산율 1.05명을 기록한 이후 2018년부터는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기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4년까지 출산율이 0.70명으로 하락한 뒤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025년 0.61명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4.4% 감소했다. 단위인구(1000명)당 출생아 수도 4.9명으로 전년 5.1명과 비교해 0.2명 줄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수십조원을 저출산 예산으로 투입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소요된 저출산 예산은 약 280조원에 달한다.
해마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오히려 출산율이 떨어지자 그간 저출산 예산이 실제 출산율 제고와는 무관하게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저출산 기본계획, 국민 체감도 낮아
정부는 2005년 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치한 이후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인 대응에 나섰다. 현재는 제4차 기본계획(2021~2025년)이 시행되고 있다.
그간 시행된 기본계획의 성과는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정책 대상과 수준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데 있다.
또 2013년 전 계층 무상보육이 실시된 이후 보육 재정 및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영유아 가정의 양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아동수당이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첫만남이용권‧영아수당(부모급여) 등 현금수당이 확대됐다.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육아휴직 역시 소득대체율 제고, '3+3부모육아휴직제' 등이 도입되면서 개선됐다.
이처럼 1~3차 기본계획이 시행되면서 사회적 인식과 제도 개선 등 성과가 있었지만, 초저출산 추세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그간 추진된 기본계획이 정책 수요자인 국민 입장이 아닌 정책 공급자인 정부 입장에서 시행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기본계획은 분만, 임신‧출산, 유아 돌봄 등에 집중했으며, 2차 기본계획부터는 양육, 일‧가정 양립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3차에서는 청년의 혼인율 제고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제안되면서 노동시장, 결혼 정책이 다뤄지기 시작했고, 4차부터는 젠더 문제 등으로 확장됐다.
다만 기본계획은 각 부처에서 내놓은 약 220여개의 사업 리스트가 나열된 것에 불과해 점차 확장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20년 참여연대가 주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진단과 평가' 긴급좌담회에서 "3차 기본계획 주요 사업의 실적이 대부분 100% 이상 초과 달성이었지만,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았다"면서 "이는 성과목표와 성과지표가 적절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기본계획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각 부처에서 관리 가능하고 실제 수행과 예산편성이 가능한 사업을 위주로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4차 기본계획에 대해서도 "기본 관점이 개인의 삶의 질 제고로 전환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핵심 정책은 영유아수당 신설, 육아휴직자 두 배 확대, 공보육 50% 달성, 온종일돌봄 확대 등 기존 사업의 통합, 제도개선에 따른 자연증가, 인구변동에 따른 추이 등을 반영한 것일 뿐 청년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경험하는 불이익과 경쟁, 주거불안, 아동기 돌봄공백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尹정부, '5대 핵심분야' 선정해 정책 지원 확대
과거 15년 간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출산율 반등에 실패하자 윤석열 정부는 4차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실효성이 높은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책 수요가 높은 임신‧출산‧돌봄 등 아동과 가족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고, 국민 소통을 강화해 체감도 높은 과제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월 28일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저출산 대응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예산 집행율' 등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평가 관행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지표'를 적용해 정책을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5대 핵심분야를 선정해 보편적이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정책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돌봄과 교육 분야에서는 △아이돌보미 서비스‧시간제 보육 확대 △늘봄학교 전국 확대 △육아휴직 근로감독 강화 및 전담 신고센터 신설 등 집중 단속에 나선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체 인력뱅크를 활용해 육아휴직 대체 인력 확충을 지원한다.
일‧육아 병행 지원 정책으로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을 확대한다. 기존 초등학교 2학년(만 8세)에서 초등 6학년(만 12세)까지로 상향하며, 기간도 부모 1인당 최대 36개월까지 연장한다. 또 육아기 재택‧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도 나선다.
주거 지원을 위해서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주택공급과 자금을 지원해 주거 불안정을 해소한다. 신혼부부에게는 공공분양 15만5000호, 공공임대 10만호, 민간분양 17만5000호 등 총 43만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 시 소득요건도 완화한다. 주택 구입 시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는 8500만원 이하로, 전세자금은 6000만원에서 7500만원 이하로 대출 요건을 변경한다. 소득 7000만원 이상 8500만원 이하에 대해서도 대출 불가 원칙을 변경해 향후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또 공공분양 3자녀, 임대 2자녀로 이원화 돼 있는 다자녀 기준은 2자녀로 통일한다.
현금성 지원제도도 만 0세에게는 월 70만원, 만 1세에 대해서는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를 내년까지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으로 확대한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난임부부에 대해 난임시술비 소득기준을 완화해 단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한다.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미숙아나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등 2세 미만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5%에서 0%로 확대 지원한다.
■ 시민단체 "尹정부 정책, 문제 해결 방안 부재"
윤석열 정부가 기존 기본계획의 문제점으로 불명확한 목표 설정, 실수요자 요구 반영이 부족한 정책을 지적하며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한 시민단체는 논평을 통해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목표 또한 여전히 추상적"이라며 "정책 내용도 노동시간 단축, 불평등 해소 등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문제 해결 방안은 부재한 채 기존에 발표된 정책의 미세한 조정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문제 대응을 위한 혁신적 개혁 방안도, 거시적인 방향성도 제시하지도 못했다"며 "정책이 수요 부분에 과잉규정돼 공급에 대한 정책 개입 방안이나 공공성 제고 방안은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와 복지 예산 축소 기조 등과 맞물려 정책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보다 거시적이고 성평등한 관점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바라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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