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SG 인증, 공공 아닌 민간이 담당해야"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달라져 한국에서 ESG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정권에서 추진하는 전략이 유명무실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금융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유럽연합(EU)의 사다리 걷어차기와 금융업계의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서 사회를 맡은 정삼영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류 대표에게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류 대표는 "ESG나 탄소배출 규제는 중국 견제 전략"이라며 "미국과 유럽,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한 이 이슈는 계속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CBAM을 'EU의 사다리 걷어차기'로만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유럽의 경우 산업화를 통한 탄소중심 발전의 역사적인 책무를 인식하고 있고, 지리적인 측면에서도 해수면보다 지면이 낮은 네덜란드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를 직접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ESG에 대한 정권의 온도차로 인해 장기적인 정책 이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보수에서 보수로 바뀌어도 이전 정권에서 추진하던 것들은 유명무실화 된다"면서 "저탄소 전략 등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 밀도 있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한국에서 ESG가 정착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로 '한강의 기적'을 꼽았다. 산업화 시기 탄소중심 경제로 이뤄낸 경제적 성장이 산업화 세대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저탄소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 ESG의 연착륙을 위해 연기금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류 대표는 "탄소배출 문제와 관련해 ESG를 위해서는 연기금이 나서서 드라이브를 걸어줘야 한다"며 "국민연금, KIC의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80~90%가 좌우되는데, 전략적 자산배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면서 "단기적인 수익률을 내라는 것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라는 말과 같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일부만이라도 기후 관련 사업에 배분해 사업을 키워야 한다"면서 "대체 투자 중에서 일부만이라도 기후와 관련된 사업에 배분해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ESG 공시에 대한 정부 부처 간의 정책 조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부처에서 쟁탈전을 벌이고 있어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ESG 인증과 관련해 제3의 독립적인 기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인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이라고 강조했다. 대항상공회의소, 한국거래소 등에서 ESG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5년간 ESG 평가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과 서스테이널리틱스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류 대표는 "한국의 경우 공공에서 이를 맡으려고 하는데, 민간부문에서 이뤄져야 민첩성과 경쟁력이 성장할 수 있다"면서 "공공이 개입되면 낙후될 수밖에 없고, 결국 평가인증 시장은 글로벌에 먹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