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비알콜성지방간염 ‘6조원 시장’ 도전하는 한국제약기업들, 빅파마 넘어설까
화이자‧얀센 등 글로벌 빅파마도 실패한 NASH 치료제 시장
한미약품‧동아에스티‧유한양행‧LG화학‧ HK이노엔 등 글로벌 임상 진행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 "허가당국, 코로나19 경험 후 안전에서 효능 방점"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NASH는 말 그대로 알코올과 무관하게 간 조직에 지방이 축적돼 만성 염증과 섬유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간 기능의 손상이 심해지면 간암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NASH는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상태라 글로벌 빅파마사(社)가 연구개발을 시도했지만 고배를 들었다. 국내 제약사가 NASH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국내 신약개발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지난해 NASH 치료제 시장은 2억1300만달러(2808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이는 대체 의학을 통해 NASH를 예방하는 수준의 시장이다. NASH 질환을 앓고 있는 전 세계 환자는 6000만명으로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오는 2026년 46억6600만달러(6조1544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NASH 치료제 임상 2상에서 실패해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얀센도 라이선스 인(기술 수입)한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반환했다. 화이자의 경우 임상 1상 시 부작용으로 개발을 중단했다가 올해 초 FDA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재개할 수 있었다.
국내 제약사 중 한미약품이 NASH 치료제 연구개발에 있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및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신약 임상개발 모니터링 전문가 그룹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가 한미약품의 NASH 후보물질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의 글로벌 임상 2상을 “계획 변경 없이 지속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이로 인해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의 임상 실험은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동아에스티는 NASH 치료제를 개발 중인 나스닥 상장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했다.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의 NASH 치료 후보물질 ‘DA-1241’은 최근 FDA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또 다른 후보물질 ‘DA-1726’은 연내 임상1상 시험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유한양행의 경우 NASH 치료 후보물질 ‘YH25724’를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 해 글로벌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NASH 치료 후보물질 ‘LG303174’와 ‘LG203003’을 개발하고 있다. 두 후보물질 모두 현재 미국 내 임상 1상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바이오기업 ‘퓨처메디신’으로부터 NASH 치료 후보물질을 라이선스 인해 공동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임상2상 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또 지난 2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 계획 허가를 받았다.
N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 모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발맞춰 FDA의 경우 NASH 치료제 개발을 페스트 트랙으로 지정했다.
또 FDA와 EMA 등이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과거 안정성 위주의 평가에서 효능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품목허가 기준이 바뀌고 있다. 즉 NASH 효능만 입증된다면 빠르게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과거에는 신약이 개발돼도 안전성 문제 때문에 허가당국이 보수적으로 접근했으나 최근에는 보건의 경제학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며 “NASH 같이 치료제가 없으며 발병 시 건강이 급격이 악화되는 질환의 경우 미충족 의료 수요 차원에서 예전보다 빠르게 품목허가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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