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충전시스템 E-PIT, 테슬라 수퍼차저 넘어서나
반도체와 더불어 자동차는 국내 경제/산업을 먹여 살리는 핵심으로서 미국, 일본 및 독일 등 선진국들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자국내 글로벌 기업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분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개도국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등극한 유일무이한 사례로 평가된다. 체크공화국의 스코다와 말레이시아의 프로톤 사가 등이 있지만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전환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됨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환골탈태를 요구받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는 종합자동차메이커가 우월할 수밖에 없지만 AI 등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다. 특히 토요타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뒤졌지만 최근 각성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자율주행차 상황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주유하듯이 전기차는 충전소에서 차체에 내장된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과 완속 두 형태로 운영되는데 공용 충전소에는 주로 급속을, 아파트 등에는 완속을 설치하게 된다. 어쨌든 전기차 보급의 속도는 충전설비의 확충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 테슬라, 전세계에 4만5천개 이상의 수퍼차저 운영 중
애플이 전세계에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듯이 전기차 혁명을 리드해 나가는 테슬라는 전세계에 4만5천개 이상의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테슬라의 충전 단말은 두 가지 형태를 갖고 있는데 Type2는 유럽, 대만 및 기타 국가들에서, TPC는 테슬라 전용으로서 북미와 한국에서 적용되고 있다. V3 수퍼차저는 한 캐비닛(cabinet)에 최대 4개 스톨을 갖고 있고 250kW를 공급할 수 있다.
V3 수퍼차저는 전력망으로부터 350kW의 전력을 공급받고 내부에 575kW까지 출력을 지원하는 배터리를 내장하여 합쳐서 925kW(손실률 5% 가정 시 4개 스톨에 878kW)의 출력을 제공한다.
최근 테슬라는 2024년 말까지 미국 내 수퍼차저 17만700개 가운데 7500개를 타 회사 전기차에 개방하기로 했는데 이는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표준 방식인 ‘합동 충전 시스템(CCS)’ 방식을 따라야 하는데 수퍼차저는 CCS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
• 테슬라, 태양광과 ESS 결합하여 주택에는 파워월, 빌딩에는 메가팩
한편 수송부문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전기차 보급이 시급하지만 전력시스템 내 간헐성 및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와 전기차 보급 정책이 맞물리면 전력계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자체 전력 공급원을 갖추는 것이 대안일 수 있으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과 전력저장장치(ESS)를 결합할 경우 전기차에 자체 전력공급원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V2G(Vehhicle to Grid)와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에 착안하여 테슬라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가정용 파워월(PowerWall)과 빌딩용 PowerPack(현재는 MegaPack)을 공급하여 왔는데 2021년 11월 기준 25만대가 구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기아차, 자체 충전 시스넴 E-pit 운영 중
현대기아차는 2021년 3월 자체 초고속 충전시스템인 E-pit을 공개하였다. E-pit은 급속(Fast), 간편(Easy & Convenient) 및 고급(Premium)의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급속’은 800V 시스템을 장착한 전기차의 경우 기존 충전 시간보다 최대 50% 줄어든 약 18분 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간편’은 충전 커넥터 연결만으로 인증, 충전 및 결제까지 가능하며 충전기 케이블은 자동으로 높낮이가 조절되는 등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고급’은 캐노피 건축물로 구성되어 악천후에도 편안하게 충전할 수 있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초고속 48대, 급속 24대의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들을 포함 전국에 21곳, 120기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E-pit을 통한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확충을 위해 충전 사업자에게 플랫폼을 점차 개방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에 확대 적용하기 위해 지난 2월 초 현대엔지니어링 및 우리관리와 함께 아파트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산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금년 상반기 중 20개소를 구축하고 2023년 내로 총 58개소 약 300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7월 전기차 구매자 1291명을 대상으로 전기차 관련 설문을 실시한 결과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외관디자인, 모델다양성, 실내디자인, 차량공간 설계, 모터‧주행성능, 배터리성능‧효율성, 첨단 기술‧사양, 친환경성 및 가성비 항목에서 테슬라는 현대와 기아 전기차를 압도하였지만 자체 충전인프라 항목에서는 테슬라 보유자는 40%에 그친 반면 현대 전기차 보유자는 64%, 기아 전기차 보유자는 60%가 우수하다고 평가하였다.
• 무선충전설비 및 V2G / VPP 적극 확충 필요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약 38만대로 추정되는데 전국의 전기차 충전기는 총 20만5205기로 완속 18만4468대(89.8%), 급속 2만737대(10.2%)로 나타났다.
한편 환경부는 올해 완속충전기 6만기, 급속충전기 2천기 등 충전기 총 6만2천기를 적재적소에 구축하는 것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 충전 지원 관련 예산을 2022년 2005억원에서 금년 3025억원으로 대폭 늘려 충전기를 향후 2025년 50만기로 대폭 확충하기로 하였다.
결국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현대기아차로서도 환경부 등 관련 부처의 지원 하에 전문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충전시설 확충과 충전 편의성 제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용 무선충전기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무선충전 설비의 확대와 아울러 테슬라를 벤치마킹하여 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한 V2G 및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의 보급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주유소와 연계하여 소유부지를 활용한 충전시설과 V2G 및 VPP를 보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