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회복되자 ELS 발행도 급증…증권사들 '청약 개미 잡아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가 회복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위축됐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증권사들은 ELS를 고려하는 개미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 갖가지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ELS 발행액(원화·외화 합산)은 6조7500억원 규모로, 전 분기(4조4000억원) 대비 53% 증가했다.
월별 발행액은 △1월 1조6500억원 △2월 2조3900억원 △3월 2조6900억원 등으로 매월 증가세를 보였다. ELS 월 발행액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ELS는 이달 들어서도 2조1000억원어치 넘게 발행됐는데, 이 흐름을 유지한다면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한달 발행액 3조원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ELS는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조기 상환이 용이해지자 발행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ELS 조기 상환액은 8조7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6조1400억원)과 비교해 31%가량 증가했다. 지난 한 달 조기상환 규모는 4조1300억원으로 전월(2조2600억원)의 약 두 배가 됐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초반에는 전반적인 주가 수준이 낮아 월별 조기상환 금액이 적었으나, 1월 중반 이후 증시가 회복하며 조기 상환도 꾸준히 증가했다"며 "최근 조기 상환 증가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6개월 전 발행액보다 조기 상환 금액이 크다는 점인데, 이는 장기간 미상환된 ELS의 2·3차 중간 평가에서 조기 상환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특히 올해 1분기 들어서는 잔고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글로벌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며 "따라서 2분기 ELS 시장은 상환 여건이나 시장 흐름 모두 상환과 발행 증가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연초 1금융권에서도 5%대까지 형성됐던 은행 정기예금이 2~3%대까지 내려선 점도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 중 하나다.
ELS의 경우 조건만 맞는다면 10%대 수익률도 추구할 수 있어 초과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고려하는 상품 중 하나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홍콩H지수 등 국내에 출시된 ELS가 주로 삼았던 기초자산들이 일제히 폭락하면서 조기상환이 어려워지고 일부는 낙인(원금손실)구간까지 진입하며 ELS시장이 위축됐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가 살아나면서 ELS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자 증권사들도 ELS 개미를 모시기 위해 이벤트 등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6월 30일까지 온라인 거래 계좌(뱅키스)로 ELS 상품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또 한국투자증권의 ELS 상품 안내 페이지인 카카오톡 플러스 채널을 친구 추가하면 이모티콘을 무료 증정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내달 25일까지 자사 계좌로 ELS나 파생결합증권(DLS)을 처음 청약하는 고객에게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또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5월 14일까지 ELS를 매수할 경우 누적 순매수 금액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의 인터넷 전문 브랜드인 나무증권은 ELS 거래 경험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테슬라나 애플, 넷플릭스 등 주요 미국 기업 중 무작위 한 곳의 소수점 주식을 증정한다.
글로벌 주식시장 회복에 ELS의 매력도 커지고 있지만, 원금 손실이 가능한 상품인 만큼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나 크레딧스위스(CS)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으며, 국내에서도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 우려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증시가 급격히 위축된 시기에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에서는 7000억원에 가까운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가 살아나 ELS 시장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지수가 어느정도 상승한 상태에서 발행된 ELS는 녹인 기준도 높아지는 만큼 주가 조정 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또 ELS는 고난도 상품인 만큼 투자에 앞서 충분히 고려하고 수익 구조나 녹인 등 조건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