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대한항공, 합병 '마지막 관문' EU·日·美 승인 앞두고 총력전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4.14 05:00 ㅣ 수정 : 2023.04.14 05:00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미국 등 3개국 승인 남아
사내 5개팀 100여명인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이 맞춤 전략 추진
아시아나항공, 원유석 대표 직무대행 중심으로 42명의 TF 발족
경쟁당국,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에 미온적 태도 보여
항공사간 합병 수년에 걸쳐 진행...대한항공 합병 승인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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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합병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심사 완료까지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등 3개국 경쟁당국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2020년 11월 인수 계획을 밝힌 후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기업결합 심사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승인 과정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심사 불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물론이고 아시아나항공까지 기업결합 심사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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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총력전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는 국내 항공산업을 생존·발전시키는 유일한 방안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이라고 판단해 경쟁당국 14곳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취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최고경영진이 직접 해외 기업결합심사 초기 단계부터 각국 경쟁당국과 협의를 이끌어 왔다. 다른 해외 항공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신규 시장진입 여부를 설득하고 지원조건을 파악하기도 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이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국내·외 로펌, 경제분석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각국 경쟁당국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 이상 국내·외 로펌 및 자문사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이 지불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현지 로펌 및 자문사와 특정 신규 시장진입자 등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다각도로 협의하고 각국 경쟁당국에 대한 설득노력 등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당국 심사가 지연되는 배경 중 하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경쟁제한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쟁당국 요구사항들도 매우 다양하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이전의 경쟁환경 복원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신규 항공사 진입을 이끌어내 경쟁제한성을 완화할 계획”이라며 “적극적인 협의를 거쳐 미국, EU, 일본 노선에 대한 신규 진입 항공사 확보와 설득작업도 상당 수준 진행된 상태”라고 밝혔다. 

 

아시나아나항공도 최근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에 집중할 ‘전사 기업결합 TF’를 발족했다. 원유석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팀장으로 하는 TF는 임원 7명을 포함해 임직원 총 42명으로 구성됐다.

 

해외 경쟁당국의 2단계 심사가 시작되며 요청하는 자료가 많아지자 심사 대응 역량 강화에 주력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무대행 중심의 TF 운영 체계를 만들어 실무 인력을 추가 보강했다는 게 아시아나항공측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지원하기 위해 꾸려진 이번 TF는 원유석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필두로 아시아나항공의 전사적 역량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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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日·美’ 3개 벽 남은 합병…“더디지만 문제없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려면 넘어서야 할 기업결합심사 대상 국가는 14곳이다. 이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11개국은 기업결합심사를 마쳤다. 이에 따라 남은 국가는 미국, EU, 일본 등 3곳이다. 

 

일본에는 2021년 1월 설명자료 제출한 후 그해 8월 신고서 초안을 제공하며 경제분석 및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일본과 시정조치 협의 단계에 들어가 올해 상반기 중 사전협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국은 2021년 1월 설명자료를, 같은 해 3월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듬해 8월 심층조사 자료를 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심사기한을 연장했다. 

 

양사 합병으로 경쟁이 제한되는 지 여부를 더욱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EU와 일본 심사 추이와 상황을 지켜보며 조사를 이어나갈 입장이다.

 

EU와는 2021년 1월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했으며 올해 1월에 정식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2월 2단계심사를 발표하고 현재 자료조사 협조 및 시정조치 협의 단계에 있다. EU는 올해 8월 3일쯤 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일각에서는 남아있는 국가들의 불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실제 EU는 항공사 간 기업 결합에 대해 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보수적으로 대응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EU는 2011년 그리스 1·2위 항공사 에게항공과 올림픽항공 결합에 대해 양사가 합병하면 그리스 항공시장의 90%를 점유할 수 있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그리스발 국제노선에는 시장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지만 국내 노선에서는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EU는 당초 대한항공 합병에 오는  7월 5일 심사를 마치고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심사 기한을 한 달정도 연장해 8월 3일로 미뤘다.

 

남아있는 경쟁당국 심사가 길어지는 상황에 대해 대한항공은 심사 과정 문제라기 보다는 경쟁당국이 시간을 가지고 조율해 나가자는 취지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U는 심사를 연장했는데 워낙 노선과 항공사가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도 비슷한 상황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일 문제가 있다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불허를 결정하면 된다”며 “더 검토할 내용이 있다는 것은 원만하게 협의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항공사 기업결합은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2008년 기업결합을 추진한 미국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은 2010년 최종 합병했으며 2013년 합병 수순에 들어간 아메리칸항공(AA)과 US에어웨이는 2015년에야 합쳐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장기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항공사 간 합병 사례를 살펴보면 경쟁당국 승인을 받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됐다”며 “살펴봐야 할 자료가 방대하고 이해관계가 다수 얽혀있기 때문이지 심사가 길어지는 게 대한항공만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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