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국 배터리업계, 중국 기업 제치고 1위 도약하기 위한 3가지 전략
NCM 이어 LFP배터리까지 사업 확장해야
ESS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야
원통형 배터리 개발해 美테슬라 거래처로 확보해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려면 3가지 핵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앞으로 수년 내 속도를 내야 하는 3가지 전략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용 배터리 판매 확대 △원통형 배터리 혁신을 기반으로 한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의 협업 확대 등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생산·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고급형 전기차보다 보급형 전기차가 향후 업계 판도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보급형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 잡으려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LFP 배터리가 대량 양산돼야 한다. 즉 한국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양산 능력을 대폭 늘려야 중국 기업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CATL과 BYD가 각각 37.1%, 13.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M/S) 1, 2위를 거머쥐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같은 기간 각각 12.3%, 5.9%, 5.0%를 달성해 3, 5, 6위를 차지했다.
또한 현재 한국 기업이 우위를 나타내는 배터리 영역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다. 에너지난이 지속되고 친환경 발전이 중요해 질수록 ESS 사업이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아직 이 분야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전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와의 거래를 더욱 늘려야 한다.
이는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GM의 전기차 양산이 생산보다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차 1위 기업과 사업 협력을 더 늘려야 한국 배터리 기업의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배터리 업계 판도 뒤흔들 LFP 배터리에 관심 기울여야
배터리·반도체 리서치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가 오는 2024년 글로벌 M/S 60%를 차지해 NCM 계열 배터리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과거에는 테슬라만 LFP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를 제작했지만 포드는 지난 2월 LFP 배터리 공장을 미시간주(州)에 건설할 것이라고 밝히고 미시간주 공장을 포드 전기차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증권정보 제공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16.81%이며 포드는 4.85%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만을 판매해 영업이익률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포드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모두 판매해 영업이익률이 낮다. 특히 전기차 판매를 통한 영업이익은 현재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테슬라는 엄청난 가격인하 정책으로 전기차 업계의 치킨게임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포드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도입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후발주자인 SK온은 이달 15~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종합전시장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파우치형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SK온의 LFP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이 생산 중인 각형 배터리가 아닌, 파우치형 배터리라는 점이다.
SK온은 그동안 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이에 따라 파우치형 기술에 LFP 양극재를 접목시켜 LFP 배터리를 빠르게 선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의 LFP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양산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SK온이 새로운 제품으로 LFP 배터리 시장을 섭렵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전기차 배터리 시장보다 더 커질 ESS 배터리 시장 공략 시급
국내 배터리 기업이 ESS 시장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배터리·반도체 리서치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3사는 2021년 전세계에서 발주된 ESS 물량 44GWh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약 16GWh를, 2022년 122GWh 가운데 15%인 18GWh를 수주했다.
사실상 한국기업이 ESS 사업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ESS 배터리 시장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오랜 기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맹활약하려면 ESS 시장을 반드시 공략해야 한다.
에너지 관련 리서치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ESS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1년 110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30년 2620억달러(약 34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3년 400억달러(약 52조원) 수준에서 오는 2030년 1660억 달러(약 20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2021, 2022년 총 10건에 이르는 ESS 관련 화재가 발생해 관련 산업이 침체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ESS 기술은 상용화 정도, 원천기술 및 부품소재 기술, 실증 경험 등 전반적으로 선진국보다 열세”라며 관련 산업 현황을 설명했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주(州)정부가 직접 나서 ESS 보급 목표를 의무화하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영국은 ESS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요금 부과 기준에 상당 부문 혜택을 주고 있으며 독일 역시 정부 주도로 ESS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용 배터리 판매가 ESS용 배터리 판매와 비교해 더욱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은 관련 산업의 제도적 지원과 보조금이 보다 잘 구비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국내 기업들의 ESS 산업 확대를 위해 올해 상반기 내로 ‘산업생태계 구축방안 및 세계시장 진출전략’ 등을 포함한 ‘ESS 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 전기차 넘버원 테슬라와 거래 규모 늘려야... 4680 배터리 양산 기술 절대적으로 필요
전기차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대규모 전기차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테슬라 외에 거의 없다.
SNE리서치의 올해 1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6만9000대를 인도해 시장점유율 1위(22.2%)를 차지했다. 게다가 테슬라는 지난해 1월에도 4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위(16.3%) 자리를 거머쥐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테슬라의 M/S가 늘었다는 것은 경쟁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양산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달 초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의 간판 픽업트럭 '허머EV'가 하루 12대 가량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전기차 양산이 원활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포드 역시 지난 2월 초 배터리 문제가 발생해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 양산을 중단했으며 이달 13일이 돼서야 생산이 재개됐다.
결국 한국 배터리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려면 테슬라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테슬라는 타 완성차 업체와 다르게 원통형 배터리를로 사용한다. 한국 기업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수년 동안 테슬라와 거래를 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별도의 거래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2170배터리(지름 21mm, 높이 70mm 배터리) 보다 밀도는 5배, 주행범위는 16%, 출력은 6배 증가한 4680배터리(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라고 불리는 4680 배터리 양산에 성공해 테슬라와의 거래 확대를 성사시킬 수 있을 지에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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