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포스코·현대제철, 철강 마진 확대와 車시장 정상화에 실적 '휘파람' 분다
포스코, 조업 정상화로 중국발(發) 호재에 신속하게 대응
현대제철, 핫스탬핑 강판 등 차량 강판 판매량 늘리기로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국 대표 철강사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뒤로하고 스프레드(spread) 개선, 자동차 시장 정상화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나선다. 스프레드는 원재료 가격과 최종 제품가격과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가 벌어질수록 철강업체 수익이 커지게 마련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인프라 투자 확대 가능성에 스프레드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차량 생산 능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자동차 업체의 차량 생산 체제가 정상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강판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자료에서 코로나19 창궐로 차질을 빚었던 반도체 수급 문제가 개선되면서 자동차 생산도 회복돼 올해 전세계적으로 8530만대가 생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차량 생산량 추정치 8170만대에서 4.7% 늘어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 2021년 차량 생산량인 7605만대, 7978만대보다 대폭 증가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하반기 큰 고난을 겪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8월 발생한 태풍 힌남노에 직격탄을 맞아 많은 설비가 물에 잠기는 재앙을 맞닥뜨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노조 파업으로 조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여파에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5150억원에서 4분기 영업손실이 718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3730억원, 4분기 영업손실 2759억원이다. 그러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힌남노와 노조 파업이 올해 초 모두 해결돼 스프레드 개선과 자동차 시장 정상화라는 낭보에 기뻐하는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실적이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면 더 나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 포스코, 침수설비 복구·스프레드 개선 등 긍정 요인 넘쳐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포스코는 올해 1분기 흑자전환을 비롯해 오는 2·3·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1분기 4820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 1조1210억원 △3분기 1조2920억원 △4분기 1조4460억원 등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실적 개선이 확실할 것으로 보이는 데에는 힌남노 피해 복구 완료와 스프레드 확대가 주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지난해 9월 냉천 범람 이후 긴 복구 여정을 끝냈다고 지난달 20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후 포스코는 이달 10일 ‘포항제철소 정상가동 기념 감사의 장(場)’ 행사를 열어 17개 모든 압연공장 복구에 최선을 다한 임직원과 관계기관 대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접 참가해 “침수 초기에 제철소를 다시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 역사에 남을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과 50년 동안 축적된 세계최고 기술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소 설비 복구가 마무리 됐다는 것은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이는 중국 경기부양에 따른 철강 수요 급증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 초 t당 82달러에 머물렀지만 올해 2월 초 123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중국의 방역 완화 조치에 따른 경제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철강제품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가 해마다 3월에 열리는 점도 철강업계에게는 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양회는 우리나라의 정기국회와 같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양회에서 경제성장률 5%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해마다 6% 이상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으며 지난해에는 성장률을 5.5%로 내놨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3.0%에 머물러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부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제시해 중국 현지 건설업체들의 철강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러한 대외 변수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업 능력이 정상화됐다. 이에 따라 철광석 가격 상승과 스프레드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쥘 수 있게 됐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철강제품 판매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스프레드도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철강제품 판매량은 800만t으로 예상돼 지난해 4분기 판매량 780만t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현대제철, 핫스탬핑 등 강판류 판매에 주목
현대제철은 지난달 중순 노조와 임단협을 마무리해 파업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부터 흑자전환과 판매 실적 향상 등이 예상된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영업이익이 1분기 3080억원에 이어 △2분기 4110억원 △3분기 3930억원 △4분기 45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역시 철강제품에 대한 스프레드 개선과 중국 발(發) 기대감 등으로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올해 철강제품 1958만t을 판매해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같은 판매량 목표는 지난해 판매량 1828만t과 비교해 7.1% 늘어난 것이다. 또한 올해 목표치는 과거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한 2021년 판매량 1911만t을 웃도는 성적표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정상화돼 냉연강판, 열연강판, 핫스탬핑 강판 등 관련 철강제품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핫스탬핑 기술이 적용된 강판이 전기자동차 시대에 핵심사업 부문이 될 것으로 풀이한다. 핫스탬핑 강판은 고온으로 가열된 강판을 압착해 급랭시켜 철강 강도를 크게 향상시킨 제품이다.
현대제철이 제조한 핫스탬핑 강판의 강도는 기존 강판보다 약 3배 더 강하면서도 강판 무게는 기존 제품보다 25% 가볍다. 게다가 지난해 1.5기가파스칼(GPa)급 핫스탬핑 강판과 비교해 강도를 20% 향상시킨 1.8GPa급 핫스탬핑 강판을 개발해 양산에 나서는 등 품질경쟁력 강화에도 발벗고 나섰다.
경량화와 안정성을 모두 강화해 전기차에 관련 강종(철강 종류)을 적용할 때 전비(전기차에서 적용되는 연비)와 안전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리서치업체 INI R&C에 따르면 올해 핫스탬핑을 활용한 부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글로벌 고객사에 핫스탬핑 강판을 포함한 차량 강판을 2021년 75만t, 지난해에는 82만t 판매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제철은 올해 총 110만t의 물량을 판매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2020 체코에 580억원을 투자해 핫스탬핑 공장을 신설했으며 213억원을 추가 투자해 증설도 추진 중이다. 이 처럼 신속한 핫스탬핑 설비 증설은 유럽에 있는 현대차 공장을 비롯해 현지 자동차 기업을 공략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핫스탬핑 강판은 고급 전기차 모델의 메인프레임 및 보강재에 사용된다"며 "전기차 시대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제품 판매량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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