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메디톡스 등 국내 보톡스 업체 '중국 수출' 가로막아...중국 뺨치는 '규제천국'?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2년 이상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보톡스 중국 수출을 가로막는 규제조치를 고수하고 있어 업계내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가 중국 보건당국보다 엄격한 규제 기준을 적용해서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은 자유무역 원칙을 내팽개치고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신국가주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 한국 정부는 중국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한국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마련해 자국 기업에게 보조금 지급,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의적으로 수입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게임산업은 '판호(중국내 게임 서비스 허가제)'를 통해 보호하고 있다. 보톡스도 수입허가제를 운용하고 있다.
■ 국내기업에게 가장 불리한 해석 내린 식약처, "다이궁에 의한 중국 우회 수출 물량은 '국내용' "판단
따라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구책으로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을 통한 우회 수출로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둬왔다. 하지만 식약처가 지난 2020년 4월∼6월 동안 메디톡스 등에 대해 보톡스 조제및 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다. 중국 간접 수출로 국내에서 보톡스 제품 판매가 금지된 업체는 메디톡스와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등 5개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의 규제 기준에 따르면 보톡스의 경우 국내판매용은 '사전허가'를 획득해야 하는 데 비해 수출용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다이궁을 통한 우회 수출 물량에 대해 사전허가를 받지 않았다. 식약처는 이 물량이 국내용이므로 사전허가를 받지 않은 게 불법이라고 판단, 제조및 판매중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다이궁을 통한 우회 수출이 국내용인지 수출용인지를 판단하는 데 해석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다이궁 물량 보톡스는 수출용으로 판단해서 한글 표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식약처는 국내기업들에게 가장 불리하게 해석해 '국내용'이라고 판단하고 판매 중지 처분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셈이다.
날벼락을 맞은 6개 기업들은 2020년 10월을 전후로 해 제조및 판매금지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이 진행중이다. 동시에 식약처의 판매중지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따라서 식약처는 판매중지하라고 명령했지만 그나마 국내 판매를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6일 기자와 만나 "식약처가 국내업체들의 보톡스 제조및 판매 중지 처분을 내린 탓에 중국 수출 개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국내 판매 중지를 시킨 보톡스 제품을 중국 당국이 수입 허가를 내주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 식약처가 판매 중지를 내린 것은 국내 업체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메디톡스는 중국에 법인을 설립한 후 자사의 보톡스 ‘메디톡신주’의 임상3상까지 마쳤지만 현지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메디톡신주가 식약처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 메디톡스 소송 결과 나올때까지 다이궁 통한 중국 우회 수출 길 막혀
향후 사태는 메디톡스 소송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품목허가취소’ ‘제조업무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가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같은 처분을 받은 5개의 업체 모두 중국 우회 수출 길이 다시 열리게 된다.
메디톡스의 우회 수출이 드러난 것은 지난 2019년 의약품 유통 업체 A사가 중국 등지의 수출 목적으로 약 300억원 규모의 보톡스 ‘메디톡신주’를 구매하면서부터다. 메디톡스는 해외 판매를 목적으로 A사에게 영문 포장‧라벨로 상품화된 메디톡신주를 납품했다.
이후 A사가 메디톡스에게 100억원에 달하는 납품 대금을 결제해 주지 않자 지난 2020년 소송 전으로 확장됐다. 당시 A사는 “메디톡스가 중국에서 판매 허가가 되지 않은 제품을 납품했기 때문에 대금 결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메디톡스가 국내 업체인 A사에게 메디톡신주를 판매한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식약처가 조사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A사에게 판매한 행위를 국내 판매(무허가 판매)로 간주하고 품목허가취소를 내린 것이다.
■ 국내 보톡스 해외 판매 호조...중국 수출의 최대 걸림돌인 식약처의 '징벌적 규제' 해소돼야
지난 2022년 중국 의료미용시장 규모는 2643억위안(48조6734억원)으로 빅마켓으로 성장했다. 이중 보톡스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60억위안(1조1054억원) 규모로 커졌다. 지난 2021년 중국 미용의료 플랫폼 ‘겅메이’ 발표에 따르면 당시 보톡스 시장 규모는 40억위안(7369억원)에 불과했다. 또 글로벌 금융사들은 중국의 보톡스 시장이 오는 2025년이면 15억5500만달러(1조9266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보톡스 업체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9년까지 국내 매출만 710억원 규모를 유지했지만, 소송 영향으로 이듬해 급감한 후 지난 2021년부터 477억원의 매출을 끌어올리며 반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실적도 준수하다. 2018년 1332억원 매출로 고점을 찍었지만 중국 수출 길이 막혀버린 지난 2020년에는 897억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700억원 규모의 수출고를 올리며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테마도 매출이 좋다. 지난 2020년 국내에서만 1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 38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2022년 3분기 누적 51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우상향 모습을 보였다. 수출 경우 지난 2020년 172억원, 2021년 277억원으로 매출이 급등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297억원으로 고점을 찍고 있다.
이처럼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중국 시장 진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약처가 국내 보톡스 업체에 대한 징벌적 규제에 집착함으로써 중국 등 수출 시장 개척에 장애물이 되는 상황이 조기에 해소돼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