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 악재 지속…컴투스‧고팍스, FTX 그림자 걷어내기 속도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미국 코인은행이 대규모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를 겪는가 하면 글로벌 코인 대부업체가 파산설이 불거지는 등 글로벌 코인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 여진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컴투스와 고팍스 등 일부 코인 사업자들의 FTX 파산 영향권에서 벗어가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가상자산 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털이 81억달러(약 10조3000억원) 규모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해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 구상에는 회사 매각까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게이트가 공개한 작년 4분기 실적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개월 동안 가상자산 관련 예금이 68% 감소했다. 실버게이트는 뱅크런을 해결하기 위해 7억1800만달러(약 9100억원) 손해를 보고 일부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비용 절감 차원에서 회사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200명을 해고했다.
■ FTX 여진에 실버게이트‧제네시스 ‘휘청’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실버게이트 경영진은 컨퍼런스콜에서 회사가 더 큰 금융기관의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매각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버게이트의 뱅크런 사태는 지난해 FTX 파산 신청 여파에 따른 것이다. 실버게이트는 FTX를 비롯해 코인베이스, 제미니 등 주요 가상화폐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디지털 자산을 달러와 유로로 바꿔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투자심리 위축으로 코인가격이 급락한데다 FTX 파산 사태가 불거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미국의 코인 대부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도 전체 직원의 30%를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은 지난해 FTX 파산 신청으로 파산 위기에 처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체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코인 가격 폭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가상자산 헤지펀드 스리애로우스에 24억 달러(약 3조원) 상당의 코인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이후 FTX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1억7500만달러(약 2233억원)의 자금까지 묶이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됐다. 결국 제네시스는 지난해 말 신규 대여 및 상환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제네시스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제네시스의 위기에 국내 시장도 자유롭지 못했다. 국내 5대 원화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는 제네시스 위기로 자사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원금과 이자 상환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모회사는 글로벌 가상자산 투자회사 디지털커런시그룹(DGC)로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2대 주주(지분 13.9%)이기도 하다.
고파이는 가상자산 트레이딩 및 커스터디 업체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자회사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에 의해 제공되고 있었다.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를 제네시스가 운용하고 고팍스가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FTX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로 신규 대출 및 상환이 중단되면서 고파이 고객 예치금도 함께 묶이게된 것이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고팍스의 고객 신뢰 훼손은 물론 유동성 부담도 가중됐다.
■ FTX 영향권 컴투스‧고팍스, 출구전략 본격 착수
결국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금 상환 자금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유치에 나섰다. 최근 고팍스는 외부 투자 참여와 관련한 실사를 마무리했다고 공지했다.
고팍스는 지난달 31일 공지를 통해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와의 실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양사간의 협의는 대부분 이루어졌다”며 “현재는 해외투자자 참여에 따른 절차상 점검 및 일부 소액주주들과의 협의가 늦어지고 있는 등 당사의 통제 밖에 있는 사안으로 인해 마무리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의 중인 업체는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계약 전까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고팍스가 밝힌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가 바이낸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이 바이낸스로 지목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협의가 단순 투자가 아닌 이준행 고팍스 대표의 지분(41.22%)을 사들이는 방식의 인수 작업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객 신뢰를 지키기 위해 우선 고팍스 차원에서 현재 일부 고파이 고객 이자 등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 협의에서 고파이 상환이 논의 안건으로 확정됐다는 정도로 이제 구체적인 상환 계획 등 방법론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투스그룹도 FTX 파산 신청으로 자체 발행 코인이 묶이게 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작업에 나섰다.
컴투스는 지난해 3월 FTX에서 가상자산거래소공개(IEO)를 진행하고, 자체 가상자산인 C2X의 첫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컴투스는 테라 메인넷을 기반으로 C2X를 발행했는데 테라·루나 폭락사태가 발생하면서 메인넷을 자체 개발한 엑스플라(XPLA)로 바꿨다. 이후 지난해 10월 FTX에서 엑스플라 거래와 C2X를 엑스플라로 교환하는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인 11월 FTX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FTX에 예치된 엑스플라 3200만개, 총 물량의 1.6% 가량이 묶이게 됐다.
컴투스그룹의 메인넷 엑스플라팀은 지난 6일 XPLA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피해 규모 확인에 착수했다.
이는 FTX 사태 해결을 위한 상위협의체인 ‘엑스플라 거버넌스’에 예비비 격인 ‘엑스플라 리저브’ 물량을 FTX 투자자들에게 우선 지급하고 FTX에서 묶인 엑스플라 소유권은 팀이 인수하는 방안을 승인받기 위한 사전조사다. 투자자들이 엑스플라팀의 범위 조사에 참여한다고 곧바로 보상을 받는 건 아니다.
조사를 통해 파악된 물량은 이후 ‘거버넌스 제안(Governance Proposal)’ 절차를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엑스플라 생태계 참여자들은 지원 여부에 대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엑스플라팀 관계자는 “안건이 통과되면 예비항목으로 배정된 엑스플라 리저브 물량은 투자자 지원을 위한 별도 지갑 혹은 컨트랙트로 옮겨진다”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FTX 거래소로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잔고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할당된 물량이 개인 투자자에게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FTX 사태와 관련한 지원 절차들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엑스플라가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서면서 신뢰성 있는 블록체인 메인넷 프로젝트로서 자리매김하고, 관련 업계 전반에도 선한 영향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