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경바시' (4)] 경기지사의 파격, 바이오산업 '선수'로 뛰어도 돼냐는 '발칙한' 공무원을 칭찬
‘국내외 바이오산업 동향 및 과제’ 주제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특강 듣고 토론
김동연 지사, 벤처창업 질문한 공무원을 높이 평가...이승규 부회장이 오히려 보수적 태도
탄소중립과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미래차 등 경기도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한 특별한 해법찾기 ‘기회경기 혁신포럼-경바시(경기도를 바꾸는 시간) 시즌 1’이 시작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혁신을 위해 시작한 담론의 장이다. 시즌 1의 주제는 '미래 신성장 산업'이다. 15일부터 23일까지 7차례 진행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경기도 바이오 산업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조직개편과 함께 대한민국 ‘바이오 스타’를 노린다. 최근 경기도는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성장산업국을 신설하고 반도체, 바이오 등 신산업을 경기도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경기도의 바이오 관련 업무는 경제실내 과학기술과의 한 팀에서 다른 업무와 함께 담당했지만, 김 지사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바이오산업과를 신설했다. 바이오 관련 업무 범위를 과단위로 확장해 경기도 바이오 산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4회째 열린 ‘기회경기 혁신포럼-경바시(경기도를 바꾸는 시간) 시즌 1’은 경기도가 이와 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본격적인 신성장 산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각 산업의 전문가를 초빙함으로써 내부직원을 포함한 도민과 함께 그 방향을 공고히 하고 의지를 밝히는 취지로 개최됐다.
■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경기도에 바이오 사업장 전국 최대 규모 분포, 기업당 투자 및 생산규모는 인천과 충북 다음"
경기도는 지난 20일 도청 다목적회의실에서 ‘국내 외 바이오산업 동향 및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기회경기 혁신포럼-경바시(경기도를 바꾸는 시간) 시즌 1’ 네 번째 특강을 진행했다.
강연자인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연구개발) 투자 혁신자문단’ 자문위원 등을 지낸 바이오 전문가다. 이승규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의 개념·특성부터 국내외 산업 동향을 설명한 후 대한민국을 ‘바이오 스타’로 만들기 위한 경기도의 9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은 생명공학기술 발전에 따라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다른 기술들과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경기도에 바이오산업체 본사와 사업장이 전국 최대 규모로 분포하고 있지만 기업당 평균 투자·생산 규모는 인천과 충북 다음이다. 기업의 투자 유인과 매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우선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할 5개로 △기업 성장 생태계 조성 △경기도청 내 강력한 컨트롤 타워 △경기도가 강점인 대학(우수인력), 병원(임상), 다양한 기업(네트워킹), 인프라 분야 관련 국내외 기업 유치 △기업이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 등 외부로부터 기술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판교, 광교, 일산, 파주 등 경기 바이오클러스터 운영기관 지정 등을 제안했다.
이어 경기도가 중앙정부와 함께 할 과제로 △맞춤 진단 및 치료·예방 등 미래 바이오 준비 △전국 지역 바이오클러스터 간 연계 사업화 지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안정화·자립화 △글로벌 바이오 통상규제 모니터링센터를 설립해 글로벌 통상 인허가 규제 변화에 신속히 대응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9대 과제를 통해 ‘경기도 바이오 스타’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우수 인재 유입,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창업과 외부 협력을 촉진하는 등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 공무원 A씨, "심판 역할 맡는 공무원이 벤처창업 등 선수로 뛰는 건 바람직 하나" / 이승규 부회장, "잘 됐을 경우에도 복잡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 김동연 지사, "공무원의 적극적 자세를 질문한 참석자를 높이 평가한다"
김동연 지사는 강연 이후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바이오산업과의 운영 방향과 일의 우선순위를 물어보기도 했다.
김 지사는 "미래성장산업국에 바이오산업과뿐만 아니라 반도체, AI 빅데이터, 첨단모빌리티 등 새로운 과가 생기는데 기존에 있던 기능들을 해쳐 모이게 하는 것도 있지만, 산업별로 신설하는 것은 도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라며 “만약 바이오산업과가 만들어진다면 그 과가 해야 하는 일의 우선순위는 무엇이고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충고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경기도가 그동안 많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추진했던 정책이 있을 텐데, 일단 그 내용들을 다시 살펴보고 과거 전략과 차별화된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과거 도전적이었던 직원들의 과오를 벌하기보다 왜 그렇게 됐는지 검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라며 "산업계 의견을 많이 들으면서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예측가능한 제도 속에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과의 혁신적 운영을 위해서는 '실패'에 대해서 '징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조언인 셈이다.
다른 참석자는 “바이오 산업 혁신을 언급했는데, 경기도 공무원의 역할을 묻고 싶다. 공공에서 규제나 정책 등 심판의 역할을 주로 하지만 벤처를 만드는 등 직접 선수로 뛰는 건 바람직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경기도에서 창업하는 건 쉽지 않고, 잘됐을 경우에도 복잡한 얘기가 나올 것 같다”며 “혹시나 경기도 차원에서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창업을 유도한다면 민간기업보다 까다로운 제도적인 보완책이 있어야지 가능할 것이다. 창업이란 건 좋은 거지만 공무원이 하는 것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공무원의 적극적인 자세를 질문한 참석자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규제 등의 심판 역할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직접 선수로 뛰는 것에 대해 질문한 공무원을 칭찬한 셈이다. 업계의 입장을 설명한 이 부회장은 공무원의 벤처창업이 이뤄지려면 까다로운 제도적 보완책 마련 등의 전제조건을 언급했다.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가 오히려 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깨는 경기도 공무원의 질문에 대해 김 지사가 민간 전문가인 이 부회장보다 유연한 대응을 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 혁신을 위한 자발적 참여 강조한 김 지사, "신설 조직 일부 과장과 팀장을 공모나 희망을 받아 볼 생각"
김 지사는 나아가 경기도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도 혁신적 제안을 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가 조직개편을 통해 바이오산업과, 반도체산업과 등 여러 부서를 신설하는데) 조직의 일부 과장과 팀장을 공모나 희망을 통해 받아볼까 생각한다”며 “의욕적으로 그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 경기도가 역점을 두고 하려는 일에 대해 평소 많이 생각하고 보람을 느낄 직원들을 많이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바이오 인력 공급 현황을 질문했는데,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학교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인력보다 많기는 하지만 그들이 회사에서 전문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전제한 후 “학교 등에서 교육하는 분들이 산업적 경험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다. 지자체나 학교에서 여러 전문가를 양성하고 기업에서도 적절한 것을 학습해서 빨리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을 경기도에서 바우처 형태로 도움을 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채팅창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국내 산업 영향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미국의 행정명령이 나오는 배경과 시점을 보면 올해 5월 중국에서 바이오 산업 육성 발전 전략이 나왔다. 결국 미국의 중국 시장 견제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우시바이오가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바이오 부문에서 보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얘기도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오는 23일까지 총 7회 경바시를 진행할 예정으로, 21일에는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이 ‘경기도 미래차 부품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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