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12.20 07:39 ㅣ 수정 : 2022.12.20 09:49
금융위,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 방안' 제도 개선 추진 올해 IPO 냉랭...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사, 바이오노트 상장 마무리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한파를 맞은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이 내년에는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국이 IPO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20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통해 IPO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의 '뻥튀기 청약(허수성 청약)을 막고자 실제 납입능력을 확인한 이후 물량을 배정하고, 사전 수요조사 등을 통해 적정한 공모가를 찾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재 국내 IPO 시장은 적정 공모가 논란과 함께 허수성 청약, 신규 상장 종목들을 중심으로 한 상장 당일 주가 변동성 확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시장 안팎으로는 이러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IPO 시장 관행 개선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 보완 등 시장 정착을 위해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만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상황에 나온 발표여서, 당장 시장의 큰 관심사로 밀리는 분위기도 있다"며 "그동안 IPO의 문제점들이 개선된다면 투자자들에 훨씬 나은 투자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IPO 시장은 그야말로 냉랭했다. 올해 초 IPO 시장은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으나, 장밋빛 전망은 사그라들었다.
LG엔솔은 상장 첫날 공모가(30만원)는 상회했지만 따상에는 실패했다. 올해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한 기업은 케이옥션(102370)·유일로보틱스(388720)·포바이포(389140) 등 3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 따상 기업이 14곳(15.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0% 남짓한 수준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마저도 증시 입성에 실패해 지난 1일 유안타제11호스팩의 상장철회에 이어, 14일에는 유안타제12호스팩·미래에셋비전스팩2호가 상장을 철회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입성(22일)하는 동물용 및 인체용 진단 시약 개발 회사 바이오노트의 일반청약 일정을 끝으로, 사실상 올해 공모주 시장은 막을 내렸다.
바이오노트는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 우량 기업의 상장이 모두 무산된 가운데 올해 마지막 대어로 주목받았다. 회사는 우여곡절 끝에 과감히 몸값을 낮춰 상장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공모 금액이 1000억원이 넘는 대형 IPO는 바이오노트를 포함해 6개에 불과하다. 지난해(21개)의 30% 수준에도 못 미쳤다.
또 올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새롭게 상장한 종목(스팩·이전 상장 제외)은 오는 22일 상장 예정인 바이오노트를 포함하면 총 70개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91개)와 비교했을 때 21.97%나 줄었고, 공모 금액도 약 16조원으로 지난해 19조7000억원 대비 20%가량 급감했다.
올해 4분기 IPO 시장만 봤을 때, 공모 기업수는 전년도 대비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다만 규모면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올 4분기 기준 IPO 기업수는 41개사, 공모 금액은 7317억원이다.
올 분기 중 가장 많은 IPO 기업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공모금액을 모집한 이유는 코스닥 위주의 중소형주 상장으로 공모금액의 규모가 작았고, 공모가 밴드 하단 비율 증가 탓이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기업수 중 유가증권의 비중이 4.2%로 전년 대비 12.9%p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모금액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지 않은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이 12조7000억원 규모의 공모금액을 모집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는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져, 내년 상반기까지는 IPO 시장이 활력을 찾기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증시 회복이 문제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가 지속돼 한동안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흥행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다시 나오기는 힘든 환경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올해 상장 계획을 철회하며 자취를 감춘 대어급 기업들보다는 중소형 기업들 중심으로 IPO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내내 이어진 IPO 시장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다”며 “시중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올해 상장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 회수를 못 해 발이 묶인 기관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내년 IPO 첫 주자는,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 티이엠씨(TEMC)가 시가총액 4000억원에 도전한다. 공모주 시장 침체와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에도 수요예측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이 외 내년 1월 한주라이트메탈과 오브젠이 코스닥 신규 상장예정이다.
금융위는 비상장기업의 IPO 시장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보다 공정하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허수성 청약을 한 기관을 못 잡아낸 증권사는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최대 업무정지 제재를, 뻥튀기 청약을 한 기관은 IPO 청약 신청에 페널티를 부여한다.
먼저 기관들의 IPO 건전성을 높이고자 사전수요조사를 허용하고, 청약 관리에 대한 주관사 책임을 강화키로 했다. 증권신고서를 내기 전 수요 조사를 통해 공모가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거다.
관행적으로 2일 간 진행되던 기관 수요예측 기간도 7일 내외로 연장해 공모가 범위 내에서 적정 공모가가 선정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주관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허수성 청약 수요관리 책임도 강화된다. 주관사가 수요예측 참여기관의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한 후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상장 직후 공모주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은 공모가 기준 60~400%(현재 63~260%)로 확대된다.
특히 공모주 주가 안정을 위해 주관사가 의무보유확약기간에 따라 물량을 차등배정하도록 하고, 'IPO 단기차익거래 추적시스템'(가칭)을 구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가격변동폭 확대 후 상단(400%)에 도달해도 균형가격으로 조정이 예상된다"며 "소위 '따상'이 발생하고 이후 급락하는 등 왜곡이 지속될 경우 상장당일 가격제한폭을 두지 않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