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없애고, 군살 빼는 증권사...내년 증시 봄날 오나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12.01 07:22 ㅣ 수정 : 2022.12.01 11:55

증시한파, 금리인상 속 증권사들 속앓이...내년실적, 도약 비상
레고랜드 사태, 중소형 증권사 중심 위기...정부도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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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 한파로 증권사들이 힘든 한 해를 보내는 가운데 내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줄일 건 줄이고, 뺄 건 빼자는 데 뜻을 모으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진=뉴스투에이DB]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증권사들이 힘든 한 해를 보내는 가운데 내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줄일 건 줄이고, 뺄 건 빼자는 데 뜻을 모으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과 증시 한파가 겹치며 증권사들의 실적은 올 3분기도 타격을 입었고, 내년 실적 개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원사로 등록된 59개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0조5745억원에서 47.29% 감소한 5조5735억원을 기록해 반토막이 났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뿐만 아니라 내년까지도 증권사들의 이익 체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종료될 것으로 판단되지 않고, 부동산 시장 침체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해 거래대금도 지속적으로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주요 증권사들은 대형 거점점포를 앞세워 지점통폐합에 나섰고 너나 할 것 없이 ‘비용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에 따른 자금경색 위기까지 몰려 부채질했다.

 

증권사들은 한 번 더 버티기에 들어갔다. 임직원 성과급을 줄이고, 조직 폐쇄, 급기야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하면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을 우려했다. 

 

그만큼 시장 안팎으로 유동성 위기 상황이 퍼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나서서 '제2 채안펀드'를 가동하고 있으나, 급한 불만 껐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부도 레고랜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단기자금시장 위기가 금융업계 종사자의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과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김영진 의원 등은 지난달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권업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막고자 입을 모았다. 

 

김병욱 수석부의장은 "최근 증권업계에서 유동성 경색을 이유로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부터 해고에 나섰으며, 이번 금융위기가 증권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단기자금시장 위기 해소를 위해 유동성 공급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한다"며 "금융지주 회장단이 발표한 95조원 지원도 하루빨리 즉시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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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레고랜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단기자금시장 위기가 금융업계 종사자의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뉴스투데이DB]

 

실제로 다올투자증권이 지난달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완료했다. 모집 대상은 경력직으로 입사한 정규직 직원이며,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됐다. 퇴직일자는 이달 31일이다. 

 

경영 관련 직무에서는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일괄 사직서를 냈다. 조직 정비 후 경영상 필요한 임원은 재신임할 계획이다. 다올투자증권은 하반기에 신규 딜이 거의 없는 상태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 보이자 이에 대응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아직은 다올투자증권 외에 희망퇴직을 받는 곳은 없다. 다만 하이투자증권이 희망퇴직 논의 대상에는 올랐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 논의는 있으나, 공식적으로 나온 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상황이 어려운 건 사실이나, 다올투자증권의 이번 희망퇴직은 업계 이례적인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올 초에 희망퇴직에 나섰던 미래에셋증권이나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의 경우는 자율적이거나 노조가 제안해 희망퇴직을 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증권사들이 어려운 건 맞지만 다올투자의 경우는 기존 다른 회사들의 희망퇴직과는 결이 좀 달라 보인다”며 “내년을 앞두고 올해 말까지 PF를 늘렸던 곳 위주로 이런 상황이 더 나올 수 있어 추이를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인력 감축 외에도 고정비 지출이 많은 일부 부서의 폐쇄 및 통폐합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초 리서치와 법인 본부 조직 폐쇄를 결정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소속 임직원 30여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으며, 향후 잔류 희망 여부를 협의 중으로, 향후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 부문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점포 통폐합을 통해 ‘효율화’를 내걸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증가한 데다, 유동인구가 적은 지점을 폐쇄해 건물 임대료 등 비용 절감 효과가 그 이유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9월부터 임원 월급의 20%를 지급이 유보되고, 지원 부문과 영업 부문의 업무추진비도 각각 30%와 20% 삭감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올 말까지 유지할 방침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지점(영업소 포함) 수는 898개로, 전 분기 말(909개)보다 11개 감소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지점을 한데 모아 대형 점포로 만드는 거점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은 지난 8월 미래형 점포인 ‘강남금융센터’를 열고 인근 강남대로WM센터와 교대역WM센터를 통합했다.

 

삼성증권도 최근 마포·상계·이촌·일산·합정 등의 WM지점을 모두 강북금융센터로 통합하는 작업을 끝냈고,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월 대전점을 둔산PB센터로 통폐합하고 둔산PB센터 명칭을 ‘대전 PB센터’로 변경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점포수는 해마다 주는 추세다”며 “증시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갈수록 디지털화되는 상황에서 점포수를 늘리거나 유지하기보다는 특화점포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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