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인 큰손’ 국내 거래소 눈독...시장 불확실성 ‘변수’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내 시장 진출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세계 1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고팍스 등 원화마켓 인수설이 제기되면서 가상자산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최근 FTX 사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수설은 최근 바이낸스와 고팍스(스트리미) 관계자들이 만남을 가지면서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국내 시장 진출을 시도했던 바이낸스가 본격적으로 국내 거래소 인수 작업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바이낸스는 국내 법인 ‘바이낸스 코리아’를 설립한 바 있지만 지난해 특금법 준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바이낸스가 올해 중순까지 인수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여러 중소형거래소들은 만나며 인수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원화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바이낸스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로 선회, 고팍스를 유력 인수 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원화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야한다.
하지만 조건과 절차가 까다로워 국내에서는 고팍스를 비롯해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5곳의 거래소만이 원화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바이낸스 입장에선 비용과 시간을 들이더라도 자격을 얻는 과정이 불화실한 만큼 원화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거래소를 인수하는 편이 효율적 일 수 있다.
바이낸스는 올해 들어 국내 가상시잔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앞서 창펑 자오(Changpeng Zhao)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알티체아레나에서 열린 ‘웹서밋 2022’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규제에 따른 영업 등록(신고) 절차를 준비 중”이라며 재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지난 9월에는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부산에 지사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부산이 진입 문턱이 낮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것을 활용한 전략이다. 하지만 특구 혜택을 이용한 진출과 관련해 국내 거래소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변수는 남아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 등 원화마켓을 인수하는 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2‧3위권 가상거래소인 FTX가 최근 유동성 위기로 파산신청을 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FTX 사태로 FTT 등 관련 코인은 물론 비트코인 등 주요 코인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더욱이 자체발행 코인에 대한 신뢰 하락과 FTX발 유동성 위기로 코인 대부업체까지 연쇄 타격을 입으면서 시장 경색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바이낸스는 FTX의 유동성 위기 불거지자 인수를 검토하다 철회하는 등 FTX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엮여있는 상황이다.
고팍스 또한 최근 FTX 여파로 가상자산 대출 서비스 ‘고파이’ 원금과 이자 지금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샀다.
고팍스는 지난 16일 가상자산 대출업체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환매와 신규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고파이 상품은 협력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데,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이 상환 요청 급증에 따라 신규 대출와 상환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바이낸스가 국내 시장 진출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국내 거래소를 대상으로 제기됐던 인수설이 실현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7월 FTX가 빗썸의 인수를 검토했지만 결국 이달 파산신청 등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인수설이 제기될 당시에도 빗썸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물론 당사자간 매각 및 매수 의사와 추제 모두 불분명해 시장에서도 인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바이낸스와 고팍스도 인수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고팍스는 인수설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된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고팍스 관계자는 “바이낸스와 몇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통상적인 미팅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설에 대해서는 “진행된게 없는 만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