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PF 대출만 10년새 9배 증가, 증권사들도 전전긍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으로 돌변했다. 증권사들은 지난 10년간 부동산PF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며 새로운 먹거리 차원에서 몸집을 크게 불렸는데 부동산 경기침체와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맞물리면서 시한폭탄마냥 불안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부동산 PF 대출만 10년새 9배이상 늘려 대출규모만 43조원에 달하고 있어 자칫 사업추진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경우 대출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음이 켜졌다. 자금시장 전반을 뒤흔들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부동산PF 실태와 회사채 시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휴일인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는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주석 등이 속속 모여들었다.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이들이 휴일 급하게 모인 이유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심상치않게 돌아가면서 부동산PF 시장 전반에 걸쳐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회의후 레고랜드 사태를 의식한 듯 “지자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모든 지자체가 매입 보증을 확약할 것”이라며 “부동산PF 시장 불안에 (정부가)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나서 지자체가 추진하는 부동산PF에 대해 보증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레고랜드 관련 ABCP 사태로 PF유동화증권과 회사채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안감으로 인해 중소형 건설사와 증권사들까지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자금시장의 문제는 레고랜드 사태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채권시장의 자금흐름까지 막혀 돈이 돌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량 공기업 회사채도 시장에서 외면받을 정도이고 기존 발생분의 차환 발생도 막혀 기업들은 자금 구하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언제 끝날지 몰라 부동산 PF시장이 완전히 가라앉으면서 부실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건설사와 증권사 자금난까지 시중에 돌면서 흉흉한 분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해당 건설사와 증권사는 자금난을 적극 부인하고 나섰고 금융감독원 역시 한국거래소와 합동 단속반을 꾸려 악성 루머 유포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기로 하면서 루머는 쏙 들어갔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같은 투자심리 위축이 심화된다면 올해말,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PF 유동화증권 차환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말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 단기 PF 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은 2조1000억원이고, 11월에도 2조8000억원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수년전부터 부동산PF를 신중하게 취급한 반면 보험사들은 공격적으로 덤벼들어 그 규모는 10년 새 9배가량 폭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PF 대출액은 112조3000억원으로 10년전인 2012년 37조5000억원에서 3배 가량 증가했다.
금융회사별로 보면 은행권의 PF대출잔액이 10년간 24조5000억원에서 28조3000억원으로 3조8000억원 증가한 반면 보험사는 4조9000억원에서 43조3000억원으로 무려 9배가량 급증해 보험사들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부동산 PF에 몰입했는지를 짐작케 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PF대출액 역시 2조8000억원에서 26조70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부동산시장이 호시절일 때는 그 위험이 높아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경기침체 골이 깊어진 시기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