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하다. 주식·코인 시장 부진으로 예·적금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수신고 확대를 꾀하는 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다만 과거 ‘금리 맛집’으로 불렸던 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의 수신금리 인상 속도는 줄어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 여력을 가진 주요 시중은행들의 역습이 가속하고 있는 만큼 인뱅 금리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4%대 초중반을 형성 중이다. 우리은행이 연 4.65%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2.00%포인트(p) 인상하면서 은행권 수신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발표 전후로 예·적금 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보통 기준금리 인상폭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자 장사 비판과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차이) 공시 등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증시 부진으로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하고 있는 만큼 고객 및 수신고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수신금리는 이미 인뱅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인뱅들은 시장금리 대비 높은 금리 제공으로 고객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시중은행들의 역습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현재 인뱅 중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건 케이뱅크로 1년 만기 기준 연 4.60%를 제공한다. 유일하게 시중은행과 앞 자릿수가 같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수신금리 인상으로 몸집 늘리기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수신금리가 정체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30%다. 연 4%대 상품이 흔해진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금리 경쟁력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정기예금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수시입출금식(파킹통장)에 연 2.3%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매일 이자 받기 서비스 적용으로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고객이 직접 수령하는 이자는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경쟁 은행들의 파킹통장 금리 인상이 가속하고 있는 점은 토스뱅크 수신금리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 최대 한도 등 차이는 있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선 연 3%대 파킹통장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은행권의 금리 경쟁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편의성·접근성과 함께 고금리 제공으로 성장한 인뱅들 입장에선 시중은행과 격차가 벌어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객들의 금리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는 만큼, 수치가 벌어질수록 고객 이탈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최근 인뱅들이 수신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건 여·수신 균형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은 고객이 예치한 자금(수신)으로 다시 고객에 대출(여신)을 내준 뒤 들어오는 이자로 이익을 본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수신고가 늘어나면 그만큼 고객에 지급하는 이자 규모도 확대되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올라가야 한다.
결국 은행이 이익을 보려면 수신과 여신 규모가 동반 성장해야 하는데, 최근 인뱅들은 고객 확보를 위한 대출금리 인하 경쟁에 한창이다. 여신 잔액이 커져도 들어오는 이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은 수신금리 인상폭을 결정할 때 각종 비용 발생과 여신 증가세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비대면으로 영업하는 인뱅은 (점포 운영 등) 고정비가 없기 때문에 과거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 형성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신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 이자 지출도 증가하는데, 결국 대출에 따른 이자 이익도 늘려야 한다”며 “대출 성장세가 전제되지 않은 채 수신금리를 높이는 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