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2.10.04 05:00 ㅣ 수정 : 2022.10.04 05:00
배터리 3사, IRA 법안 대비해 미국 등 원재료 공급망 구축 가속화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인접국가 캐나다 집중공략 SK온,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 호주에서 리튬 확보 삼성SDI, IRA 법안 토대로 미국 등 해외 공급망에 눈독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미국이 던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쇼크 해법을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찾아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8월 IRA를 통과시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빅3'가 배터리 원재료 수급을 놓고 미국 등 3개국을 중심으로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RA 법안 가운데 하나인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성격의 세금 혜택) 관련 조항에 따라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 조달 비율은 2023년 40%, 2027년 80%까지 높여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을 포함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캐나다와 호주 등 지하자원 대국으로부터 광물을 조달하고 이를 재료로 삼아 배터리를 제작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14곳 가운데 9곳이 한국기업이 짓는 곳이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시장 공략에 엄청난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 LG에너지솔루션, 캐나다·호주 집중 공략해 배터리 원재료 확보에 박차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와 호주에서 IRA 법안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이미 수 십 년 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포함돼 있는 캐나다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바이든 정부가 IRA 법안이 통과하자마자 캐나다에서 발 빠르게 원재료 공급망 재편성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를 보여주듯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중순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Electra), 아발론(Avalon), 스노우레이크(Snowlake)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렉트라는 내년부터 향후 3년 동안 황산코발트 7000t을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한다. 아발론은 2025년부터 5년간 수산화리튬 5만5000t을 공급하며 스노우레이크는 2025년부터 10년간 수산화리튬 20만t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서 주목할 만 한 대목은 LG에너지솔루션이 코발트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코발트는 배터리 제조 때 필요한 부품중 하나인 양극재에 사용되는 광물이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양극재 부식 및 폭발 위험을 막는 데 필수 물질인 코발트는 전세계에 널리 분포돼 있지 않아 물량을 충분하게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세계 코발트 물량 가운데 약 70%가 아프리카 콩고에 매장돼 있으며 콩코에 있는 코발트 채굴 기업이 대부분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발트를 확보하려면 중국 공급망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일렉트라로부터 황산코발트를 공급받아 IRA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아발론, 스노우레이크로부터 공급받는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IRA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올해 초 호주 광산 기업 라이온타운(Liontown)과 2024년부터 5년간 리튬 정광 70만t 규모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호주 퀸즐랜드 퍼시픽 메탈스(QPM)와 2023년부터 10년간 해마다 니켈 7000t 및 코발트 700t,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와 2024년부터 6년간 니켈 7만1000t 및 코발트 7000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원재료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 SK온, 호주서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 강화... 최태원 SK그룹 회장 행보에도 주목
SK온 역시 호주에서 IRA 법안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호주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이며 오래전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이 상당량 매장돼 있는 국가로 주목받아 왔다.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호주는 연 29만2000t의 리튬을 채굴·생산하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다. 게다가 호주는 칠레에 이어 세계 2위 리튬 매장량 국가로도 알려져 있다.
SK온은 지난달 말 호주 리튬 채굴 기업 글로벌 리튬(Global Lithium Resources)과 리튬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글로벌 리튬은 호주 내 2개 광산에서 리튬 정광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광산의 총 리튬 매장량은 50만t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SK온이 글로벌 리튬으로부터 어느 정도 리튬 물량을 공급받을 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SK온은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배터리 공장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리튬 가격은 kg당 475.5위안(약 9만5800원)이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 초 115위안(약 2만3100원)과 비교해 313% 오른 것이다.
SK온은 2019년 9위였던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올해 5위로 끌어올렸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헝가리, 중국 등에서 배터리 공장 7곳을 가동하고 있으며 현재 7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이 같은 대규모 배터리 공장 증설이 예정돼 있어 SK온이 원재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호주를 공략하는 경영전략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Hakainde Hichilema) 잠비아 대통령과 만났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은 세계 1위 동박 제조업체 SK넥실리스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핵심 소재인 동박 원재료를 공급하는 잠비아 구리 광산은 SK에 흥미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이에 히칠레마 대통령은 “향후 SK그룹과 잠비아에서 사업 협력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동박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배터리 원재료 및 부품 원재료 다변화에 대한 SK그룹의 공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IRA 법안 통과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그룹의 공급망 다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삼성SDI는 아직까지 IRA 법안에 대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IRA 법안의 배터리 관련 항목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 대응하기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보수적으로 공장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다른 배터리 업체보다 수익성 높은 배터리 수주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이를 보여주듯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7.88%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률 5.21%를 기록했으며 SK온은 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