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외국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안진회계법인 간의 풋옵션 가격 공모 혐의 항소심 공판이 이메일 증거 능력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서울고등법원은 28일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평가 허위보고 의혹과 관련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 절차가 진행됐다.

이번 소송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우호지분 확보 차원에서 계약을 맺고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24%)를 어피니티가 사들이며 시작됐다.

당시 신 회장과 어피니티는 3년 내 교보생명 상장을 지분 인수 조건으로 내걸고 불발시 인수한 주식을 공정가격으로 되사야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결국 3년 내 상장이 불발되면서 풋옵션 계약이 발동됐지만 신 회장이 이를 거절했다. 신 회장과 교보생명은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옵션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됐고 그 과정에 안진회계법인과의 공모가 있었다며 지난 2020년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어피니티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주고 받은 이메일을 확보, 풋옵션 가치 부풀리기 공모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1심에서는 해당 이메일로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반발하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날 항소심 4차 공판의 핵심 쟁점도 이메일에 대한 증거력이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회계사법 위반 혐의 정황이 담긴 244건의 이메일 증거를 토대로 이들의 혐의점을 짚은 후 1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메일 증거자료에 어피니티와 안진이 결국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과 값을 높이자고 상호 합의한 내용이 담겼다고 봤다.

어피니티는 안진에 이메일을 보내 가치평가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했고, 그 결과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행사가격은 시장가치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은 현재 물가와 금리가 치솟아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데 1년 전 가격으로 자신의 집을 매수해달라는 것과 같다”며 “이메일 증거를 보면 안진 회계사들이 얼마나 계산기처럼 답변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최종 풋옵션 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어피니티는 안진 회계사에 평가방법 별 풋옵션 가격을 적어주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등 가치평가를 주도했다고 봤다. 

검찰은 “투자자들과 회계사들 간의 업무 협의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 협의로 볼 수 있다며 ‘조치 없음’을 내린 한공회 판단이나 이를 그대로 원용한 1심 판결 모두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어피니티 측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은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치평가 관련 이메일 증거를 왜곡해 해석한 결과다”며 “안진은 교보생명 가치평가 관련 모든 평가방법을 검토한 뒤 전문가적 판단으로 풋옵션 가격을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인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은 오는 11월 23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