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칼을 빼든 미국 연준 의장, 그 결과가 연착륙이든 오버킬(overkill)이든 증시 불안은 불가피
[기사요약]
미국 연준의 강력한 긴축 의지 표명 이후, 충격을 받은 글로벌 자산시장
시장이 가져온 물가와 긴축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노력하는 연준 의장
연준의 선택이 성공적인 연착륙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둘째 문제, 지금은 주식 투자에 조심해야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8월 잭슨홀 미팅에 이어 9월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 공개 시장 위원회)까지, 미국 중앙은행이 다른 무엇보다 먼저 물가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9월 FOMC는 지난 두 차례에 이어 9월까지 연속 3회에 걸쳐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고,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에 따르면 11월에 또한번의 0.7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글로벌 증시는 잭슨홀 미팅 이후부터 6월 중순 이후의 반등을 되돌리기 시작했는데, 9월 FOMC를 지나면서는 6월에 기록했던 저점을 하회하는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
특히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9월 FOMC 이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의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점, 기준금리를 올리고 난 후 상당 기간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더 강해진 긴축 속도 때문에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언젠가는 긴축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발언 이외에 투자자들이 기댈 부분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든 느낌이다.
그렇다면 연준, 그리고 파월 의장은 왜 이렇게 강경해진 것일까?
• 연준은 고물가 위험과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식하려 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예상보다 강했던 것은 무엇보다 고물가에 대한 경제 주체, 특히 자산 투자자들이 가진 생각을 교정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7월과 8월에 글로벌 증시에는 물가와 통화정책에 관한 낙관적 시각이 확산됐었다. 첫째는 미국의 물가 고점론이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1%로 고점을 기록하고 이후 8%대로 내려가자, 물가가 정점을 지나 조만간 연준의 긴축 의지도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됐던 것이다. 특히 이러한 시각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더 힘을 얻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에서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장이 기대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얘기를 한 것인데, 이는 연준이 생각하는 물가의 위협이 투자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지속 가능함을 의미한다.
물가의 고점 가능성은 당연히 중요한 이슈지만, 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정보와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진 상황이다.
연준이 생각하기에 교정되어야 한다고 본 시장의 생각 중 또 하나는 고물가가 주는 고통에 대한 시각이다.
사실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물가 그 자체가 주는 고통보다 자산 가격의 하락을 통해서 나타나는 긴축의 고통에 더 민감할 수 있다. 특히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은 투자자일수록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준은 다른 입장이었다.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파월 의장은 임금이 오르더라도 물가가 오르면 의미가 없으며, 물가가 오를 때 임금이 오르지 못하는 계층의 타격이 심각하다는 점에 더 초점을 맞췄다.
물가가 높아도 임금이 오르기만 하면 상당 부분 고통이 상쇄될 것이고, 그래서 연준은 상황이 나빠질 때 바로 완화 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주로 성장과 자산 가격의 상승에만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의 생각과는 결을 달리하는 접근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연준과 투자자들의 시각 역시 차이가 있었다.
지금 속도의 금리 인상과 연준이 의도하는 기준금리 수준 하에서는 미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지만, 아직 연준은 자신들의 선택 하에서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내년 기준금리 4.6% 하에서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 0.2%보다 높은 1.2%의 실질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적정성장률 1.8%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심각한 침체로 판단하고 있진 않은 셈이다.
자신들의 결정에 따른 성장의 훼손이 이 정도라면 긴축의 고삐를 늦출 이유도 없을 것이다.
• 투자자들이 연준에 대항할 수 없는 환경, 연착륙이든 오버킬이든 시장은 부담
물론 연준의 전망과 대응이 다시 한번 실패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연준이 물가 안정에만 주력해 지나친 긴축에 나서며 기업 도산과 실업자가 증가하는, 이른바 ‘오버킬(overkill)’을 초래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선을 넘었던 통화정책, 몇 달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연준의 물가 전망 능력 등을 감안할 때, 지금 연준의 선택이 물가와 경기 모두에 가장 최적의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확신하긴 어렵다.
이번에도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미국이 경기 연착륙에 성공해도, 연준의 오버킬에 따라 경기 침체에 빠져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아직 멀어 보인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4% 이상으로 진행되고, 이후 실제 타격이 얼마나 클 것인지는 내년 상반기 말이나 되어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또한 증시가 경기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점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긴축의 효과가 확인되어야 할 시점이나 정책 기조를 변화할 것으로 보이는 시점이 이렇게 멀다면 지금부터 증시가 추세 상승하긴 어려운 일이다.
더 하락해도 이후 상승 폭이 더 클 것이라는 전제하에 접근하는 장기투자자 외에는 주식투자에 한층 더 조심해야 할 시기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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