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혼란만 키운 강석훈 산은 회장의 '말말말'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정과제로 선정됐는데 직원들과 ‘간다, 안간다’를 토론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정부가 결정한 사안인데 거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4일 취임 100일 만에 연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본점 이전’과 관련해 이 같은 공식 입장을 내놨다.
본점 부산 이전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이어 국정과제로 꼽으면서 강 회장 취임 전부터 산은의 최대 현안이었다.
오랜 정치 이력을 가진 강 회장이 산은 수장이 되자 업계에서는 취임 미션으로 ‘부산 이전 문제 해결’을 꼽기도 했다. 강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내부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임명 후 2주가 지난 뒤에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갈등 또한 부산 본점 이전이 핵심 배경이었다.
그럼에도 강 회장은 취임 후 산은은 본점 이전에 대해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산은 본점 이전의 숨은 목적이 재벌 기업에 산은 여의도 부지를 헐값에 매각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내부에서는 본점 이전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산은의 불확실한 미래에 인력 이탈은 가속화됐다. 산은이 본점 직원 500명가량을 인사발령을 통해 부산 지역으로 내려보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노조 등 내부에서는 본점 이전을 위한 가장 큰 난관인 산업은행법 개정 전에 실효적인 이관 작업을 벌이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원회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계획’이라는 제목의 이전 로드맵 자료가 정치권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로드맵에는 이전 대상 인력, 부지 확정 및 사옥 신축 등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산은은 “모르는 내용”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결국 산은 내부 조직원과의 협의나 조율 등의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밀실 추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각종 의혹과 논란 속에 산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내부 반발이 고조됐다. 하지만 이전 당사자인 산은은 여전히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수장인 강 회장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혼선은 가중됐다.
금융위가 국책은행의 우량 여신을 시중은행으로 이관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산은도 이를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방 이전을 위한 국책은행 흔들기라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이번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강 회장이 어떤 말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의 로드맵 존재를 몰랐다는 강 회장의 발언은 “부산 이전을 잘 수행하겠다”는 선언으로 무색해졌다.
강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량 자산 이관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우량거래처를 넘긴다는 내용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아무런 실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 요청에 산은이 작성한 ‘우량·성숙단계 여신 판별기준 시나리오’ 문건을 공개해 ‘실체가 없다’던 강 회장을 머쓱하게 했다.
이후 산은 등이 “공식적으로 보고된 내용이 아닌 실무자들 아이디어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강 회장의 해명은 확인해보지 않고 뱉은 말이 됐다.
강 회장은 꼼수 이전 논란을 일으킨 ‘부산 지점 500명 인사 발령설’에 대해서도 “한 번도 검토해 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법 개정 이전이라도 영업 자산 및 기반을 확대하는 식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법률 개정에 대비해 이전 계획을 짜는 조직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이전 지역 인프라 확대를 위해 언제든 인사 및 조직이전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법 개정 전 ‘꼼수 이전’ 의도 자체를 불식시키긴 어려운 대목이다.
강 회장의 이 같은 일부 모호한 발언으로 산은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이 충분히 정리됐다고 보기 힘들어졌다.
강 회장은 “본점 이전의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자평하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향후 기관장과 조직원과의 신뢰의 영역이 훼손될 경우 소통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강 회장의 이번 ‘부산 이전’ 선언에 노조 등 내부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대규모 파업에 참가하며 부산 이전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거리로 나갔다. 산은 본점의 부산이전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아직 불확실하다. 내부 불만에 좌초될 수도, 반발을 무릎쓰고 정책 결정에 따라 강행될 수도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국익을 위해서 산은 내부 진통은 최소화해야한다. 부산 이전도 큰 문제지만 정작 국민들에겐 국책은행인 산은의 정상적 운영과 경쟁력 보존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회장의 모호한 발언과 산은의 수동적 태도로 문제 해결은 커녕 갈등만 키우게 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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