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갈변샴푸’에 함유된 유전독성 물질에 대해 제재를 가하자 업계 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갈변샴푸 출시 전에 해당 물질에 문제를 삼았어야 하는데 1년여가 지나 시장이 확장된 상태에 이루어진 제재라 기업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7일 식약처는 외국의 규제 현황을 모니터링 하는 등 규제 과학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안전한 화장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염모제 76개의 성분에 대해 정기 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변샴푸는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할 수록 새치 등 흰 머리카락이 염색되는 제품이다. 일반 염색보다 손쉽게 효과를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국내 기업 중 △모다모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출시한 갈변샴푸는 출시 후 수개월만에 각각 1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염모제는 갈변샴푸에 함유되는 핵심 물질이다. 그런데 염모제에는 유전자 변의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물질의 해석이 유럽・미국・한국 모두 달라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혼란을 겪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피해를 본 곳은 스타트 기업 ‘모다모다’다. 지난해 출시 후 두 달만에 10만개 이상 판매고를 올렸으며 최근 미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큰 성장의 기회가 열렸다. 식약처의 처분대로 모다모다에 함유된 유전독성 물질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에 대해 사용금지 처분이 내려지면 별도의 대체재를 찾기 전까지는 시중 판매가 될 수 없게 된다. 

모다모다 측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1・2・4-THB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상황이나, 유럽의약품안전처(EMA)가 규제하고 있어서 식약처가 강경 제제 일변도로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타사의 갈변샴푸에 포함된 유전독성 물질 △2-아미노 △6-클로로 △4-니트로페놀 등은 EMA에서 사용 승인하고 있지만 FDA는 반대의 입장이라 모다모다에 함유된  1・2・4-THB에 대해 식약처가 행정 잣대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식약처가 위해 평가를 진행 중인 염모제 76개 성분 중 2-아미노와 6-클로로, 4-니트로페놀 등도 포함돼 있다. 다만 모다모다에 함유된 1・2・4-THB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재검증 처분으로 이번 위해 평가에서 제외됐다. 

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등에 따르면 산화성 모발염료에서 검출된 2-아미노와, 6-클로로, 4-니트로페놀은 0.2% 미만으로 흡수됐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또 포유류 체계 돌연변이 유발성 검사도 음성으로 나타났다. 2-아미노와, 6-클로로, 4-니트로페놀 등이 가장 높은 농도(2%)로도 모발염료 제제에 사용하기에 안전하다는 것이다.(F.Alan Andersen의 논문 ‘Final Report On the Safety Assessment of 2-Amino-6-Chloro-4-Nitrophenol and 2-Amino-6-Chloro-4-Nitrophenol Hydrochloride1’)

이 성분들은 아모래퍼시픽이 출시한 새치샴푸 ‘려’에 함유돼 있다. 식약처의 위해평가 진행으로 당장 불똥이 튀게 생겼다. 이에 대해 아모래퍼시픽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2-아미노와, 6-클로로, 4-니트로페놀은 EMA에서 금지하지 않고 있으며 당사는 식약처 가이드에 따라 사용 중에 있다”면서 “국민 안전 증진 목적으로 식약처가 유해성 평가를 하고 있는데 취지에 공감하고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아미노와, 6-클로로, 4-니트로페놀이 금지가 된다면 대안 물질이 없는 상태이나 아직 부정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규제 사례를 검토하지 않고 시판 시킨 후 시장이 커지자 부랴부랴 안전 검사에 나선 식약처의 처사에 비판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갈변샴푸 제조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 하락이다. 지난해 말 식약처가 1・2・4-THB 전면 사용 금지처분을 결정한 후 지난 4월 규제개혁위원회가 재검증 처분을 내린 5개월여 간 모다모다는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영업 활동에 위축이 생겼다. 

모다모다 측은 “식약처의 금지 처분만 아니었다면 예정에 있던 홈쇼핑도 방송도 추진돼을 것이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는 납품 유예 요청 등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모다모다는 현재 지난해 12월 이전 수준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경쟁 제품들의 대거 등장해 영업 환경이 녹녹치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