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기업들의 ‘NFT 활용법’ (상)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영국 콜린스 사전이 ‘2021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 만큼 크게 주목받았던 NFT 열기가 최근 급격히 식고 있다.
무려 2900만달러에 판매됐던 잭도르시(Jack Dorsey, 전 트위터 CEO)의 첫 번째 트윗 NFT는 지난 4월에 진행된 경매에서 최고 매수호가가 277달러에 불과했다. 매수가격의 1만분의 1이 안되는 호가에 NFT 소유자는 매도를 포기했다.
전 세계 NFT 시장 거래액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NFT 시장조사기관 체인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전 세계 월간 NFT 거래액은 올해 1월과 2월 각각 100억달러로 최대치를 찍은 후 하락 추세다.
이처럼 NFT의 관심이 급격히 낮아진 이유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다, 지난 5월의 루나코인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그 후, 가상자산에 대한 거품과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NFT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얼마 전 스타벅스는 내부 직원 대상의 타운홀 미팅에서 “올해 안으로 NFT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에서 NFT를 활용해 가상세계와 실물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고객경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제일기획과 현대카드는 NFT 전담팀을 구성해 자체적으로 보유한 콘텐츠와 각종 IP(지적자산)를 기반으로 NFT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NFT가 무엇이기에 기업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일까? 또 기업들은 NFT를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고, NFT를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전통기업들의 ‘NFT 활용법’에 대해 알아보자.
• NFT는 디지털 자산의 원본증명 블록체인기술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다. 문자 그대로 직역하면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토큰(암호화폐의 일종). 특정 디지털 자산의 원본을 증명할 수 있는 블록체인기술의 하나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디지털기술의 대표적인 특징은 원본과 구별할 수 없는 복제품을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디지털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 콘텐츠 등의 디지털 자산은 원본 입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NFT를 활용하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원본 입증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블록체인기술로 만들어져 위변조도 할 수 없다. 따라서 NFT는 무한 복제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특정 디지털 자산의 원본증명은 물론,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 NFT 스마트 컨트랙트, 디지털 창작자의 권한을 강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는 NFT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사용자는 NFT를 발행할 때 위변조가 불가능한 여러 가지 계약 조건들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지정한 사람에게 토큰이 자동적으로 전송된다.
이러한 NFT의 특성은 디지털 창작자의 권한을 크게 강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한 번 팔고 나면 그 작품이 아무리 비싼 가격에 재판매되어도 추가적인 이득이 없었다. 하지만, NFT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NFT로 발행하면서 재판매 시 로열티 지불 조건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넣을 수 있다.
그 결과, 창작자는 자신의 NFT 작품이 2차 시장에서 재판매될 때마다 최초 판매 시 설정한 일정 비율만큼의 로열티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 디지털 자산의 소유자가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된 것도 큰 변화
지금까지는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자산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게임에 사용되는 무기, 갑옷, 장신구 등 게임 아이템을 예로 들어보자.
그동안 게임머들은 각종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개인의 노력을 통해 획득하더라도 소유권을 온전히 주장할 수 없었다. 다른 게임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을뿐더러 게임회사가 문을 닫기라도 하면 그 아이템들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NFT로 발행된 게임 아이템은 완전한 나의 소유가 된다. 그 게임 아이템을 나의 디지털 지갑에 보관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혹여 게임회사가 망하더라도 상호운영성이 보장된 다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다.
• MZ 세대가 주 고객인 기업은 효과적인 NFT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
그렇다면, NFT를 구매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인구학적으로 보면 NFT의 주 사용자는 MZ세대다.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암호화폐 구매자의 94%는 MZ세대라고 한다. 또 미국 밀레니엄 세대 중 41%가 NFT를 구매한 경험 있고, 영국 밀레니엄 세대의 45%도 이 시장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MZ세대가 NFT의 주 고객이라는 점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현재는 일부 NFT 시장에서 거품이 꺼지며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의 원본을 증명할 수 있다는 NFT의 본질과 그 특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또한, 앞으로 메타버스의 경제 활동을 지탱하는 핵심기술이 NFT가 될 것이라는 점에도 의문의 여지는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우리 기업들은 NFT에 대한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MZ세대를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NFT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주요기업들의 NFT 활용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보겠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