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7.18 07:46 ㅣ 수정 : 2022.07.18 08:20
21일 ECB 회의 주목, 0.25% 금리인상 무게...연준 통화정책 가늠 지표 이달 말 25~26일 FOMC 앞두고 관망세...0.75%포인트 강력한 인상론 2분기 실적 시즌, 상장사 속속 하향치 조정...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18일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속 악재를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변동성 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2분기 기업 실적 둔화에 대한 불안감도 큰 상태다.
다만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가능성과 경기침체에 대응한 정책 기대감을 재료를 등에 업고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가 오히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가늠하게 해,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증시가 반등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안정화까지는 상당한 시간 소요가 예상되고, 현재 상황에서 경기침체에 대응한 정책모멘텀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주가지수가 반등한다면 이를 오히려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기회로 삼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21일 ECB 회의 주목, 0.25% 금리인상 무게...연준 통화정책 가늠 지표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이번 주(21일) 열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CB의 금리인상 폭은 연준의 ‘울트라 스텝(금리 1%포인트 인상)’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ECB가 연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은 ECB가 11년 만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다. ECB의 현재 기준금리는 0%, 예금금리는 -0.5%다.
앞서 ECB는 7월에 0.25%포인트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달 초 발표된 6월 유로존(유로화 쓰는 19개국) 물가 상승률(8.6%)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시장의 예상대로 ECB가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달러화 강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ECB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벗어날 예정이어서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어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ECB 통화정책에 관심이 커진 상태다”며 “1달러와 1유로의 패리티(동등 가치) 상황에서 ECB가 0.25%포인트를 인상하면 달러화는 더 강해지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오는 25~26일 FOMC 앞두고 관망세...0.75%포인트 강력한 인상론
대내외 매크로(거시 경제)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도 짙어지는 추세다. 한국 증시는 7월 FOMC 이전까지 방향성 없는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글로벌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다. 연준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들의 연이은 0.75%포인트 인상 지지 발언에 0.75%포인트 인상으로 굳어진 상태다.
연준이 이달 말 FOMC에서 금리 0.75%포인트 인상론이 강력하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에 부딪혔다. 양국 중앙은행이 향후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 인상 시, 동률인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는 올해 말까지 금리 역전 상태가 이어지게 된다.
한미간에 금리 역전 현상이 생기면 연말로 갈수록 달러 강세와 원·달러 환율 약세가 예상되고, 이러한 경우 우리나라에서 돌고 있는 돈들이 썰물처럼 미국으로 빠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무조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과 주식을 사고 파는 이유가 한미 금리차 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 역전 자체보다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외국인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물가를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울트라 스텝’ 전망도 나왔다. 지난달 미국 CPI가 41년 만에 최고치인 9.1% 급등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연준이 FOMC에서 기준금리를 단숨에 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주부터 FOMC 회의 전 연준 당국자들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이 금지되는 기간(블랙아웃)에 들어가는 만큼, 그 영향력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7월 베이지북에서 일부 지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이번 FOMC에서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 세질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 2분기 실적 시즌, 상장사 속속 하향 조정...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전망치 하향 큰 편
국내 증시는 지난 7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2분기 실적시즌에 돌입했다. 이번 주도 시장 관심은 기업 실적으로 쏠릴 전망이다.
2분기 실적시즌에는 3,4분기 실적 전망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된 상황에서 2분기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크게 하회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2주간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1%와 2.8% 하향 조정됐다. 4분기 영업이익 하향 조정폭은 3.6%에 달한다.
다만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지만, 2분기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 이는 하반기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는 올해 3,4분기 실적과 내년 1분기 실적 전망치가 이미 조정되는 가운데,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애널리스트 실적 리포트가 나오면서 추가적으로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케이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은 "국내 기업의 실적 하향 조정 이유는 높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마진 축소와 미국 등 최종소비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인한 수요 감소다"며 "게다가 미국의 긴축 정책은 수요를 끌어내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만큼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둔화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코스피 상장사 212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 15일 기준 228조305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영업이익 추정치(236조2983억원)와 비교하면 3.4% 감소했다.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업종의 실적 전망 하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경기 침체로 인한 정보기술(IT) 수요 둔화 및 메모리 가격 하락 여파에 국내 증시를 이끄는 두 대형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실적 전망이 크게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 63조504억원에서 56조7260억원으로 10.0% 하향 조정됐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16조6064억원에서 14조6068억원으로 12.0% 줄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IT 수요 둔화 영향에 한 달 새 영업이익 전망치가 75.7%(8736억원→2127억원), 하이브(352820)의 경우 BTS 단체 활동 중단 여파로 20.2%(3345억원→2671억원) 각각 하향 조정됐다.
이 외에 효성화학(298000·▽52.2%↓)과 한전기술(052690·▽39.1%↓), 대한유화(006650·▽20.8%↓), 넷마블(251270·▽16.7%↓) 등의 실적 하향 조정 폭도 컸다.
문제는 치솟는 물가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의 고삐를 죄고, 경기 침체 우려 확대로 하반기부터는 실적 하향 조정이 본격화한다는 점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우려는 견조했던 이익전망치의 하향 조정이다”며 “6월 말 들어 하향 조정되기 시작한 이익전망치는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다가오며 추가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업들이 체감하고 있는 경기와 비교해도 코스피 하락은 과도한 편이다”라고 평가했다.
■ 주간 코스피 예상 밴드, 추천종목...주간 주요 이벤트는
지난해 7월 이후 코스피는 12개월 넘게 가격조정과 기간조정을 거치고 있어 미국 증시 반등을 모멘텀으로 후행해서 반등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낮은 변동성을 갖춘 고배당과 이익 안정성에 담보할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기적 관점에서 상반기 가격 조정시 비중확대가 필요하다”며 “섹터로는 에너지·경기소비재·산업재를, 성장주로는 IT·헬스케어·ESG·전기차·2차전지·우주항공·메타버스를 추천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이후 상승장을 이끈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증시도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이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한 지난 13일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은 5조998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처음 5조원대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17일의 5조6392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100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불안한 매크로 환경이 지속되며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관찰됐다"며 "특히 지난주 코스피 거래량은 연초 이후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주간 코스피 예상 밴드를 2,260~2,400선을, 원·달러 환율 주간 예상 밴드로는 1270원~1325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