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발 긴축·韓 금리인상 우려에 민감한 코스피 ...주간 증시 전망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여파에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진 가운데, 이번 주도 코스피가 민감한 모습을 보이며 하방 압력이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물가 변수를 계속해서 확인해야 하는 기간과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 더 연장됐고, 이는 결국 시장금리의 우상향 흐름을 유효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에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그리고 베이비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으로 떨어지는 걸 확인해야 물가의 고점 인식과 중앙은행의 긴축 우려가 완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완화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을 둘러싼 변동성이 확대할 수밖에 없는 유례 없는 구간으로 보수적 대응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감세 정책을 펴며 경기 부양에 나서는 점은 주식시장에 긍정적 요인이지만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다.
■ 연준 ‘자이언트 스텝’ 단행...ECB·한은 금통위 금리인상 예고에 시장 ‘위축’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서 정책금리를 1.50~1.75%로 75bp 인상을 단행해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비 8.6% 상승하면서 물가 피크아웃 기대가 크게 약화했으며, 계속해서 에너지 가격 등의 상승세가 이어질 시 물가 하락 속도가 빨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인식 탓이다.
다음 달에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내에서 동시에 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증시로의 자금 유입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시작된 강한 금리 인상 기조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도 예상된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 이후 영국과 스위스, 타이완, 브라질 등 주요국들도 금리 인상에 나선 데다가 유럽중앙은행(ECB)과 한국은행이 뒤를 따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인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성장 둔화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시장금리의 재료로 사용되기에는 물가라는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며 "이를 고려할 때 장기채에 대한 투자는 3분기 중 유가 방향, 9월 FOMC 및 ECB 통화정책 이벤트 등을 모두 확인한 이후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ECB는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지만 내달 개최할 회의에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공식 예고한 상태다. 한은도 내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 단행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특히 한은이 빅스텝 결정 시 한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간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으로 인해 외국인 이탈을 방어해 온 개인투자자들이 증시가 아닌 은행권으로 자금을 이동 시킬 수도 있다.
증권가는 투자심리 위축이 심화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해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까지 내려와 금융위기 당시인 0.8배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6월 코스피 낙폭은 금융위기 이후 5번째로 큰 수준이다”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석유 기업의 증산 촉구와 연료 수출 제한,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번 주는 미국과 유럽의 6월 PMI 예비치의 훼손 수준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이번주 파월 의장 발언 촉각...23일, 은행권 대상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예정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이 미 상·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는 가운데 이때 물가와 경제를 바라보는 연준의 시각과 물가 폭등을 잡기 위한 해결책, 연내 기준금리 전망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의 인상 속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만큼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에 매우 중요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연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가상의 경기침체에서 포트폴리오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를 조사하는 은행권 대상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에는 상업용 부동산 및 기업 부채 시장의 스트레스 증가와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실물경제 침체 시 금융시장의 유동성 경색 리스크를 점검해 줄 이벤트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주 주식시장은 FOMC 당일엔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를 높게 사면서 상승했으나, 하루 만에 반락했다. 연준이 제시한 긴축 스케줄 하에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애틀랜타 연은이 집계하는 국민총생산(GDP) 전망 추적 지표인 GDP NOW는 최근 계속 하향 중이다.
현재 2분기 미국의 GDP가 전분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예상된 가운데 추가 하향 우려도 상존한다. 미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2분기도 역성장이 지속된다면 기술적 경기침체 상황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금융 투자 업계는 연준이 이번 달에 이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지난주부터 증시가 급락하며 낙폭 과대주에 대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FOMC는 75bp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점도표 중간값은 3.375%(3.25~3.50%)로 제시돼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75bp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2022년과 2023년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를 하향했으나 여전히 플러스로 제시함에 따라 미국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 코스피 예상 밴드 2,380~2,500선...추천 종목, IT·헬스케어·2차전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90원선을 웃돌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 한 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총 1조4875억원을 팔아치웠다.
대외적인 불안감이 가중하는 가운데 국내 정책은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감세 드라이브’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정부 경제정책의 큰 그림이 발표된 가운데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법인세 등 각종 세율 인하는 법 개정이 필요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가는 변동성이 낮은 고배당주, 이익 안정성 담보할 수 있는 에너지·경기소비재·산업재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는 IT와 헬스케어, 전기차, 2차전지, 우주항공, 메타버스 등 성장주는 중기적 관점에서 상반기 가격 조정 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6월 미 FOMC 회의 이후 미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우려에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장중 2,4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주간 코스피 예상 밴드를 2,380~2,500선을, 원·달러 환율 주간 예상 밴드로는 1250원~1330원을 제시했다.
상승 요인으로는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한 유동성 우려 불식 가능성, 한국 정부 감세정책 기대감 등이 꼽혔다. 하락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경기침체 우려 확대, 가상화폐 시장 리스크 등이 거론됐다.
이번 주 주목해야 할 경제 일정으로는 미 5월 산업생산(17일), 미 노예해방기념일 휴장(20일), 미 파월 연준의장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청문회 보고(22일), 미 파월 연준의장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 보고(23일), 연준, 대형 은행 34곳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24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