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2.06.08 02:10 ㅣ 수정 : 2022.06.08 02:10
반도체 기업 인수와 지분투자로 미래 경쟁력 거머쥔다 두산그룹, 반도체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지속성장 확보 LX세미콘, DDI에 더해 차량용 반도체 역량 업그레이드 '눈길'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두산그룹과 LX그룹이 최근 반도체 기업 인수는 물론 지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주사 (주)두산은 지난 4월 반도체 테스트기업 테스나(현 두산테스나)의 최대주주 에이아이트리 유한회사로부터 보통주 및 우선주 그리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보유지분 전량(38.7%)을 460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질세라 LX그룹의 반도체 설계기업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은 지난 5월 차량용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텔레칩스에 2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0.93%를 확보했다.
다른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아예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축으로 부상하면서 두산그룹과 LX그룹이 반도체 관련 인프라와 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를 통해 이들은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미래를 밝혀줄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주력 수익원)'로 키울 방침이다.
■ 두산그룹, 두산테스나 인수로 기간산업 의존 탈피 및 안정적 수익원 확보
두산그룹은 지난 수십 년간 국가대표 플랜트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두산그룹의 최대 매출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원자력발전, 풍력발전, 수소발전 등을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기반산업은 국가 정책의 변화와 세계 흐름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화력 및 원전이 대세로 자리잡은 2017~2019년만 하더라도 두 에너지 사업 매출이 각각 13조8000여억원, 14조7000여억원, 15조6000여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전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발전 추세가 자리잡으면서 두산그룹 2020~2021년 매출액은 9조1000여억원, 11조2000여억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에너지 사업에 주력해온 두산그룹으로서는 캐시카우인 화력과 원전사업 부문의 매출 감소로 자칫 그룹 전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안정적인 추가 수익원이 필요하다.
두산그룹의 이러한 위기감을 불식시켜줄 구원투수가 두산테스나다. 두산테스나는 ‘모바일폰 두뇌’로 알려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무선 통신칩(RF) 등 시스템 반도체 제품에 대한 시험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특히 두산테스나는 국내 반도체 웨이퍼(wafer) 테스트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웨이퍼는 반도체 집적회로(칩) 토대가 되는 얇은 원형 판으로 흔히 실리콘으로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웨이퍼당 1000∼1만개 칩이 사용된다"며 "웨이퍼는 반도체 정밀도에 직결돼 불량품 혹은 우량품을 결정하는 주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두산테스나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액 960여억원, 1320여억원, 2070여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매출액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와 함께 영업이익률도 20%대를 기록해 기존 두산그룹 기간사업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이와 함께 두산테스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통해 다량의 웨이퍼 물량을 공급받아 관련 테스트를 진행하는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투톱 반도체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이 이어진다면 두산테스나 실적도 꾸준한 상승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두산테스나 인수를 통해 해마다 안정적인 실적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캐시카우를 손에 넣었다"며 "결국 두산그룹은 두산테스나에 힘입어 그룹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성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 LX세미콘, DDI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역량에 더욱 박차 가해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의 효자 가운데 하나가 LX세미콘이다.
LX그룹 계열의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LX세미콘은 얼마전 밝힌 실적에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16% 증가한 1279억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1분기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늘어난 5851억원이다.
구본준 회장이 LG에서 독립해 LX그룹을 세운 지 1년 만에 좋은 성적표를 거머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LX그룹의 최대 기대주 가운데 하나인 LX세미콘이 승승장구해 지난해 영업이익은 3696억원으로 2020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며 "특히 지난해 매출액은 1조 8988억원으로 2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LX세미콘의 주력사업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칩(DDI) 설계 부문이다. DDI는 모니터, 노트북, TV, 핸드폰 등 중앙처리장치(CPU)로부터 어떤 화면을 구동할 지 신호를 입력받아 패널을 동작시키기 위한 출력신호를 만들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LX세미콘은 전체 매출의 88%를 DDI 부문에서 일궈내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비대면 사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 글로벌 DDI 시장 규모는 2020년에 비해 55% 성장했다. 이에 따라 LX세미콘은 실적 호조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LX세미콘은 DDI 부문 실적 호조에 안주하지 않고 얼마전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 '텔레칩스'에 지분을 투자했다. LX세미콘은 267억원을 투입해 텔레칩스 지분 10.93%를 거머쥐었다. 이를 통해 LX세미콘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AVN),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설계에 특화돼 있다"며 "이에 따라 텔레칩스는 현대차와 기어에 다양한 반도체 칩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LX세미콘의 주력 매출원은 DDI이지만 사업 다각화의 하나로 그동안 시스템온칩(SoC),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연구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LX세미콘이 DDI 역량에 더해 차량용 SoC, MCU에 대한 설계 역량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사업은 기업 미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밝힌 것처럼 LX그룹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