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80)] “유쾌, 상쾌, 통쾌” KT 광고 카피를 재활용한 메이킨Q
품목이 달라도 통하는 속이 뻥 뚫리는 명카피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과거 변비약 광고 공식은 이랬다. 누가 봐도 잘 못 먹고 못 쌀 것 같은 젊고 날씬한 미녀모델이 나온다. 화장실에서 배를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리며 쥐어짠다.
이때 변비가 해결되는 모습을 꽉 막힌 뭔가가 시원하게 뻥 뚫리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 일(?)을 잘 끝낸 미녀의 기분 좋은 표정으로 광고는 마무리된다.
그러나 메이킨Q 광고에는 젊고 날씬한 미녀 대신 신구, 김영옥 두 분의 원로배우가 등장한다. 변비약 광고에 항상 나오던 힘들어하는 장면도 시원하게 뻥 뚫리는 상징적인 장면도 없다. 그냥 두 분이 흥겹게 춤추고 즐기는 장면이 나오며 “유쾌, 상쾌, 통쾌”란 카피로 마무리된다.
광고업계에는 남들이 이미 쓴 카피를 그대로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항상 차별화된 새로운 표현을 써야만 한다는 크리에이터들의 강박에 기인한 결과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이 이미 쓴 카피나 표현을 그대로 쓰는 것이 쪽 팔려서 이기도 하다.
영화, 드라마, 오락 프로에서도 자주 들어왔던 “유쾌, 상쾌, 통쾌”란 카피는 KT 메가패스 광고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유승준이 모델로 나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고 외치던 하나로통신 광고의 대응 광고로 만들어진 이 광고는 하나로통신이 주도한 속도 경쟁을 벗어나 KT에 유리한 새로운 경쟁, 즉 속도는 기본이고 가격, 기타 서비스 등 소비자가 체감하는 종합적 서비스 품질 경쟁으로 바꾸려는 의도로 제작되었다.
또한 KT, 하나로통신 이라는 기업 경쟁을 메가패스와 하나포스라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브랜드 경쟁으로 바꾸었다.
사실 주도권은 이미 KT 메가패스로 넘어가고 있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통신망의 커버리지 싸움이므로 오랜 역사와 규모를 바탕으로 전국적 네트웍과 충분한 자금력을 지닌 KT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하나포스와 메가패스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성경에서와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골리앗 KT의 압승이었다.
[KT 메가패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이 갑자기 깨어나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간다. / 경찰로 분한 배우 김범수와 놀란 시민들이 장군님을 부르며 쫓아간다. / 장군님이 도착한 곳은 한 사무실, 그곳에서 열심히 PC로 게임을 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님 : 어허 나의 전략이 먹히는구나 / 메가패스를 깔고 인터넷의 참맛을 알았도다.
모든 사람들 : 유쾌, 상쾌, 통쾌 / 대한민국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지금 보면 퀄리티도 떨어지고 다소 유치하지만 대단히 전략적이고 임팩트 있는 광고다. 특히 “유쾌, 상쾌, 통쾌”라는 마지막 카피가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다.
이 카피의 탁월함은 “빠르다”라는 제품 속성(Attribute)을 소비자 혜택(Benefit)차원의 총체적 만족감으로 표현하였다는 점, 그것도 입에 쫙쫙 달라붙는 유쾌, 상쾌, 통쾌한(?) 카피로 말이다.
이것이 “유쾌, 상쾌, 통쾌”라는 카피가 시대, 장르, 제품의 차이에서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 사용되며 모두에게 공감 받는 이유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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