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원스토어 잇단 수요예측 참패
SK그룹이 삼성그룹에 이어 자산총액 기준 기업집단 2위에 오르면서 SK그룹의 공격경영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998년 39세의 나이로 SK그룹 수장에 올랐던 최태원 회장은 “취임후 10년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도전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앞세워 SK그룹을 재계의 리더로 우뚝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 핵심은 그룹을 지주사 위주로 재편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주요 계열사별로 핵심사업을 분할, 독립하거나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지주사 체제로 변신하고 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최근 2년간 4개의 알짜기업을 상장시키면서 IPO(기업공개)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SK그룹이 얼어붙은 투자분위기에 가로막혀 시험대에 올랐다.
SK쉴더스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아쥐고 상장을 전격 철회한데 이어 기대를 모았던 원스토어 역시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 10일 이틀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원스토어는 100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최종경쟁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써낸 공모희망가는 원스토어가 제시한 공모가 밴드(3만4300~4만170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만5000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쉴더스의 공모 철회 이후 “철회는 없다”며 정면돌파를 공언했던 원스토어로서는 2만원대 중반으로 몸값을 낮춰 공모를 진행할지, 아니면 아예 공모를 철회하고 나중에 다시 도전할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앞서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지난 9일 간담회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장을 쭉 밀고 나갈 생각”이라고 밝혀 중도포기 의사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원스토어까지 상장을 철회하게 되면 향후 줄줄이 상장예정이던 기업들의 IPO 플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그룹은 SK쉴더스와 원스토어에 이어 11번가, SK매직, SK에코플랜트, SK팜테코, 티맵모빌리티 등을 상장시켜 그룹 지주사 재편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시장한파로 올해 상장계획이 첫 단추부터 어그러진 것이다.
SK그룹 내에서는 SK실트론, SK온, SK브로드밴드, SK루브리컨츠 등에 대해서도 상장계획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대략 10여개 기업의 상장계획이 모두 차질을 빚게 됐다.
수요예측의 부진함으로 SK스퀘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그룹의 대표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SK쉴더스, 11번가, 원스토어, SK플래닛, 티맵모빌리티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SK스퀘어 소속인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지주사 재편 구도에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