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메타버스 신대륙 개척! (하)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몇년 전 유럽 최대 은행 중 하나인 UBS(Union Bank of Switzerland)의 한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금융업계의 화제가 됐다.
그의 이름은 다니엘 칼트(Daniel Kalt). 그를 찾는 VIP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UBS가 그를 복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 복제된 가상인간(Digital Human)은 실제 인물이 시장 분석 업무를 하거나 고객과 미팅을 하고 있을 때, 그를 대신해 고객들을 응대한다. 실제 인물처럼 금융시장에 대한 고객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하고 투자를 위한 개인별 조언도 한다.
게다가, 실제 인물은 정해진 근무시간에 독일어로만 응대하지만, 그 가상인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어떤 언어로도 고객을 응대할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영업 및 마케팅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 글로벌은행, 가상세계와의 연계로 높은 고객가치 제공
시티은행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기술을 활용해 ‘홀로그래픽 워크스테이션(Holographic Workstation)’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금융시장에서 형성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통해 시각화하고, 트레이더가 시장 상황을 신속·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각 지점의 금융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을 활용하여 원격지의 다른 전문가들과 시장상황에 대해 토의하거나 의사결정할 수 있다.
캐나다의 토론토-도미니온 은행(TD Bank)은 고객이 영업지점에서 투자 상담을 요청하면 증강현실 기기를 이용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각화함으로써 효과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미국의 캐피털원(Capital One)은 증강현실 기반의 자동차 대출 서비스(Auto Navigator)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발견하면 이 앱을 열어 자동차를 스캔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 앱은 그 자동차를 판매하는 인근의 대리점 위치와 금융 서비스 정보를 즉석에서 제공한다.
이 앱에서는 신차는 물론, 중고차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며, 실제 대출까지의 업무를 일괄적으로 지원해준다.
• 글로벌증권사, 가상증강현실 기술로 포트폴리오 관리 및 주식거래
미국의 피델리티(Fidelity) 투자증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객들에게 가상 차트 룸(Virtual Chart Room)이라는 주식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이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시장에 대한 시각 정보와 함께 가상의 금융컨설턴트 「코라(Cora)」가 고객이 소유한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잘 구성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또한, 시장 상황에 따라서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갖고 있는 주식을 언제 팔아야 할지도 자문해준다.
스위스의 대표 온라인증권사 스위스쿼트(Swissquote)도 고객들에게 가상현실기반의 트레이딩 앱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은 가상현실 헤드셋을 이용해 주가지수, 환율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주식거래도 할 수 있다.
이 앱은 시선 추적 기술(eye-tracking technology)을 지원해, 사용자가 360도 가상공간에서 특정 주식에 시선을 맞추면 주식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고,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매매도 할 수 있다.
• 취리히보험, 업무 고도화를 위해 증강현실 기술 활용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를 효율화하는 글로벌보험사도 있다. 손해사정업무에 AR 스마트 안경을 활용하고 있는 취리히(Zurich)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손해사정인은 주택의 손상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오르거나 아주 좁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상황에서, 손해 평가를 위해 최소한 한 손에 태블릿이나 종이로 된 체크리스트를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손해사정 업무는 매우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었다.
취리히보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해사정인들이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채 주택의 손해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현재 취리히보험의 손해사정인들은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손해 평가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원격지의 전문가와 고객 재산의 손상 정도를 실시간으로 협의해 보상금을 최종결정한다.
• 국내 금융기업, 메타버스 신대륙 개척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할 때!
최근 국내의 주요 은행들도 앞다투어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인간을 도입하며 메타버스 신대륙 개척에 한 발짝 다가섰다.
신한은행은 이미 전국 100여개 지점에서 가상인간이 직원을 대신해 고객을 응대하는 ‘디지털 데스크’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부터 자동화 기기의 사용법을 설명해주고 상품을 소개하는 ‘가상은행원 키오스크’를 몇개 영업점에 도입했으며, NH농협은행은 얼마 전부터 투자상품 설명 업무에 가상인간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기업들에게 메타버스 신대륙은 아직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미지의 세상이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혁신사례는 다양하지만, 대성공을 거둔 사례는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세상의 도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미리 준비하는 기업만이 성공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신대륙 개척에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딛는 국내 금융기업들의 파이팅을 기대해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