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개 손해보험사 담합…손해율 악화 만회하려 짬짜미

김태규 기자 입력 : 2022.04.28 07:16 ㅣ 수정 : 2022.04.28 15:26

공정위, KB손보·공기업인스 검찰 고발
안정적 수입 기대할 수 있는 일반보험
사고 발생 시 손해율 악화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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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손해보험]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8년 발주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과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에서 KB손해보험 등 8개 보험사가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에 참여한 보험사들이 받은 금액은 최대 4배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손보사들이 담합에 나선 이유는 일반보험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반보험이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 상품을 뜻한다. 다만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액수가 크다는 위험이 있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LH가 지난 2018년 발주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및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에서 KB손보와 보험대리점 공기업인스컨설팅(이하 공기업인스)는 담합을 모의해 실행했다.

 

KB손보와 공기업인스는 삼성화재를 들러리로 섭외하고, 한화손해보험 및 흥국화재는 입찰에 불참하도록 했다. 삼성화재와 한화손보는 낙찰 예정자인 KB공동수급체의 지분 일부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를 경유해 재재보험으로 인수하도록 하고, 흥국화재에는 2018년 화재보험 입찰에서 KB공동수급체에 참여토록 하는 등 대가를 제공했다.

 

또 MG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삼성화재가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고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입찰담합에 참여했다.

 

보험가액이 큰 경우 원수보험사는 재보험에 가입하고, 재보험사는 재재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분산한다. KB손보는 이 점을 이용해 KB공동수급체(원수보험)→코리안리(재보험)→삼성화재‧한화손보(재재보험)으로 지분을 배정하고 담합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앞서 2017년 KB손보는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및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에서 낙찰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KB손보는 약 100억원의 손해를 봤다. KB손보는 손해를 만회하고자 이번 담합을 모의했다.

 

입찰 결과 KB공동수급체는 2017년에 비해 약 4.3배의 금액으로 낙찰됐다. 설계가 대비 투찰률은 2017년 499.9%에서 2018년 93.0%로 급상승했다. 이는 LH가 2016년 재산종합보험 입찰을 통합 실시한 이래 낙찰금액 대비 투찰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KB공동수급체에 간사사로 참여한 MG손보는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및 삼성화재에 KB공동수급체의 지분을 비공식적으로 배정하기 위해 LH의 청약서 및 보험증권을 위조했다.

 

공정위는 이들 7개 보험사와 공기업인스에 과징금 총 17억64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업체별 과징금은 △KB손보 2억8400만원 △공기업인스 2억6300만원 △한화손보 2억6300만원 △MG손보 2억6300만원 △삼성화재 2억3000만원 △흥국화재 2억3000만원 △DB손보 2억700만원 △메리츠화재 2400만원이다.

 

또 담합을 주도한 KB손보와 공기업인스는 검찰에 고발됐다. 

 

보통 손해보험사들은 일반보험(기업성)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낸다.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손보업계의 일반보험 수입보험료는 10조6692억원이다. 지난 2017년 8조9117억원과 비교할 때 20%가량 오른 것이다.

 

기업은 건물과 공장 등에 화재보험과 재산종함보험을 가입한다. 화재보험만으로는 보험혜택을 보기 어려워 보장범위를 늘리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일반보험은 대형사고 발생시 손해율이 크게 올라 부담을 안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개인보험에 비해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에도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화재, 이천물류센터 화재, LG화학 여수공장 화재 등 대형사고가 일어나면서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악화하기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업성 일반보험은 계약 규모가 크다"면서 "보든 보험이 그렇듯 사고가 나면 손해율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근 몇 년 간 대형 공장이나 아파트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보험금 지출이 늘어 손해율 악화가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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