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앞두고 다시 소환된 ‘론스타’ 악몽
추경호·한덕수 청문회 앞두고 론스타 의혹 재점화
론스타 ISD 분쟁 결과 따라 정부 수뇌부 책임론 부담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20여 년 전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론스타 먹튀’ 사건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청문회를 앞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까지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인수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서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주요 경제 수뇌부가 과거 론스타 의혹의 중심에 선 셈이다.
■ 부활한 '론스타 먹튀' 사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조3834억원에 지분 51%를 사들여 외환은행 대주주가 됐다.
당시 은행법은 외국계 산업자본이 10% 이상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매각 대상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사모펀드도 인수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들어 매각을 승인했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와 3조9157억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배당금과 지분매각 대금 등으로 론스타는 4조6635억원을 번 뒤 한국을 떠나 외국자본 ‘먹튀’의 대명사가 됐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드릴 당시 금융당국이 인수 예외사항 적용을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하향 조작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사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사법당국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정부의 영향력 아래 외환은행 BIS 비율이 낮춰졌다고 보고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수사부에는 윤석열 당선인이 검사로서 참여했다.
수사부는 금융당국 책임자들이 로비스트에 매수돼 론스타에 특혜를 줬다고 보고 재판을 진행했지만 대법원은 2010년 ‘BIS 조정은 협상 결렬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라는 취지로 무죄를 확정했다.
매각 이후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론스타는 지난 2006년 3월 국민은행(현 KB금융지주)을 외환은행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했지만,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같은 해 11월 계약을 파기했다.
다시 인수대상으로 떠오른 곳이 HSBC였고 이듬해인 2007년 9월 HSBC와 5조9376억원에 외환은행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2008년 1월 말까지 금융당국에 외환은행 인수 신청을 하고 같은 해 4월 말까지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HSBC로의 매각 계약 승인이 미뤄졌다.
론스타와 HSBC는 2008년 4월 매매계약을 3개월 연장했지만 끝내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외환은행-카드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해 9월 HSBC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2011년 10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판결이 확정된 이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며 론스타에 매각 명령을 내렸고 2010년 11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대금 등으로 4조7000억원의 막대한 차액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지난 2012년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음에도 한국 금융당국이 HSBC로의 매각 승인을 미루는 바람에 지분 가격이 떨어져 2조원 가량 손해를 봤고 우리 세무당국이 과세한 8000억원대 세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구액만 46억8000만달러(약 5조7700억원)에 달한다.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 의혹의 중심에 선 추경호·한덕수·이창용
추 후보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이후 ISD 분쟁 전반에 관여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추 후보자는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을 지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논의됐던 소위 ‘조선호텔 10인 비밀대책 회의’에도 직접 참여했다.
참여연대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인수를 금지한 은행법을 관장하는 주무과장임에도 불구하고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를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 은행법의 비금융주력자 규정을 무시하고, 구 은행법에 근거한 유권해석을 억지로 확장해 소위 예외승인을 추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을 당시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어 론스타가 ISD를 제기한 이후에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으로 론스타 ISDS 대응 TF를 총괄했다. TF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서 은행 인수 무자격자라는 논점을 스스로 포기해 불리한 소송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추 후보자는 현재 진행 중인 먹튀 논란과 ISD 분쟁과도 관여되면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추 후보자는 금융시장의 조기 안정과 외환은행 정상화를 위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추 후보자는 지난 12일 론스타 관련 의혹에 대해 “그동안 여러 절차가 진행됐고 대법원에서까지 문제가 다 정리된 부분”이라며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청문회 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법률 대리인은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또 2015년 론스타가 제기한 ISDS 절차 과정에 정부 측 증인으로 한 후보자가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 후보자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어떤 형태로든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도운 로비스트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자는 “김앤장이라는 제 사적인 직장에서의 관여된 바는 전혀 없으며 당시 김앤장이 론스타를 법률 대리했는지도 몰랐다”며 부인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론스타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후보자는 2008~2009년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일 경우,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인지와 무관하게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시절 론스타가 일본에 호텔·골프장 보유 사실을 알리고 산업자본임을 자인했음에도 금융위가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시민단체들은 새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 제기된 론스타 관련 의혹을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하게 검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한덕수, 이창용, 추경호 후보자 또는 내정자의 경우 론스타와의 연관성 혹은 부적절한 대응 가능성 측면에서 아직 투명하게 소명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며 “국회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들 후보자 또는 내정자의 자격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의 최종 결과는 이르면 9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ISD에서 패소할 경우 5조원대의 국민 세금이 론스타에 넘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이후 ISD 과정에 관여한 당시 정책 책임자들의 책임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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