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저금리’ 내세워 대출 넓히는 인뱅들···건전성·경쟁력은 과제
인뱅 3사 주담대·전세대출·개인사업자대출 정조준
대출 영토 확장에 시중은행들도 예의주시 분위기
성장세 고무적이지만 건전성·경쟁력 과제로 남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뱅) 3사가 본격적인 대출 영업에 시동을 걸었다. 주력이었던 중저신용자 대출을 넘어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개인사업자대출 등 영토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인뱅들이 새로운 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조건도 완화하며 주도권 경쟁 역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몸집 차이가 나는 시중은행들 역시 인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올해 인뱅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성장세를 이어가겠단 전략이지만,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따른 건전성 관리와 상품 경쟁력 강화 등은 과제로 남아있다.
■ 인뱅들 내놓은 대출 상품마다 ‘흥행몰이’···비대면·저금리 영향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KB시세 기준 9억원 이하 수도권 소재 아파트였던 기존 주담대 상품 대상 가격 제한을 해제하고, 한도도 기존 6억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고객들은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시세에 관계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투기 및 투기 과열 지구 소재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주택 구입 목적,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은 제한을 뒀다.
초기 안정적인 주담대 운영을 위해 담보 대출 대상·한도를 한정했지만, 이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번 (상품 대상) 확대로 보다 많은 고객들이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주담대는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출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누적 약적금액은 약 11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전일 기준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3.01%(변동금리)다. 최근 시중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최고 연 5%대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주담대 뿐 아니라 전세대출, 개인사업대출 시장에서도 인뱅들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케이뱅크의 전세대출은 출시 6개월 만에 6000억원을 돌파했다. 인뱅 특성을 살린 100% 비대면 대출 실행과 연 2.90%의 금리가 흥행을 견인했다.
토스뱅크는 개인사업자대출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지난 2월 14일 내놓은 ‘사장님 대출’은 지난달 31일 기준 2095억원을 기록했다. 100% 비대면은 물론 신청부터 실행까지 3분 이내에 이뤄진다. 출시 한 달 간 고객 3명 중 1명은 4% 미만의 금리를 적용 받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개인사업자대출 시장 참전을 예고했다. 케이뱅크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협력해 이달 중순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도 올 하반기 개인사업자 대상 소호(SOHO) 대출을 내놓는다.
■ ‘인뱅 영토 확장’에 시중은행들도 예의주시···“얼마나 늘리겠나” 의견도
인뱅 3사의 공격적인 대출 영토 확장에 시중은행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장 급격한 고객 이탈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잠재적 경쟁 상대인 인뱅들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2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79.9% 급증했다. 지난해 2조원대 순이익을 거둔 시중은행과 직접 경쟁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간다면 격차도 좁혀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테크(IT 대기업)를 비롯한 인뱅들이 시중은행 대출을 빼앗는 느낌도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참고하고 검토할 만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올해 인뱅들은 3사 간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토스뱅크가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며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인뱅 삼국지’ 구도가 완성된 만큼 대출 시장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인뱅들이 고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인뱅들의 대출 영업 확대는 성장세에 고무적이지만, 출범 취지인 중저신용 대출 확대 압박과 이에 따른 건전성 관리는 과제로 남아있다. 올해 인뱅들은 금융당국 주문에 따라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를 25~42%로 제시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사실상 대출 절반 가까이(42%)를 중저신용자에 내줄 계획이다.
중저신용 대출은 높은 금리가 산정되지만 부실 위험성도 따른다. 차주 상환 능력에 대한 ‘핀셋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은행 운영의 핵심인 건전성 관리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현재 은행권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 등이 인뱅 대출 영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상품 특성상 규제 사정권에 들어와 고객군이 제한적인 데다, 차기 정부의 규제 완화로 시중은행들도 본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설 경우 인뱅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단순히 주담대 한도를 풀어 고객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어차피 수도권은 거의 투기 과열 지구이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20~40% 적용한다. (은행이 정한) 한도까지 받는 건 정말 예외적인 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주담대·전세대출·개인사업자대출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맞물려 있어 공격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인뱅이 치고 나간다고 ‘큰일났다’ 이렇게 볼 순 없다”며 “시중은행들도 차기 정부 가계대출 규제 방향에 맞춰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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