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세계금융시장은 최악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유럽지역에서 전쟁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와 암호화폐, 원자재 시장은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러시아군 12만 명이 집결했다고 처음 보도한 이후 세계는 전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후 세계금융시장은 전쟁의 방아쇠를 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하면서 2개월 이상 등락을 거듭했다.
22일 푸틴이 기습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대 진입을 명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세계증시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유가는 100달러에 육박하고 원자재가격과 국제곡물가격까지 요동치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전쟁은 확실히 국제금융시장에 큰 악재로 꼽힌다.
LPL 파이낸셜 자료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한 전쟁은 일본의 진주만공습이었다.
공습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는 당일 3.8% 떨어진 데 이어 이후 주가를 143일간 19.8%를 끌어내렸다.
두 번째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당일 1.1% 하락에 그쳤지만 이후 71일간 주가를 16.9% 하락시켰다.
세 번째는 한국전쟁으로 소식이 전해진 직후 5.4% 하락에 이어 23일간 주가를 12.9% 떨어뜨렸다.
미국본토가 공격을 받는 초유의 911 테러는 테러발생 직후 뉴욕증시를 4.9% 하락시킨데 이어 11일간 11.6%를 떨어뜨려 네 번째에 해당했다.
전쟁의 여파는 평균 22일간 뉴욕증시에 영향을 미쳤고, 전쟁의 충격을 극복하기까지는 평균 47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만 공습이나 쿠웨이트 침공, 한국전쟁, 911테러의 공통점은 예고 없이 터진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주식시장이 아무런 대비 없이 전쟁소식을 접했고 충격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예고된 전쟁의 경우는 금융시장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의 수에즈운하 국유화 선언을 계기로 발생한 이스라엘과 영국의 이집트 침공 때는 전쟁 전에 최고조로 뉴욕증시를 짓눌렀지만 막상 전쟁이 터진 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반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경우 지난해 12월3일 이후 80여 일간 뉴욕증시를 비롯해 세계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처럼 전쟁이 오랫동안 예고된 적은 없었다.
증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긴장이 지속된다면 증시는 계속해서 악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터지고 국지전으로 단기간에 끝난다면, 오히려 세계증시는 악재해소로 받아들여 반등을 시도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