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생명보험 해지 규모가 10여년 만에 감소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해지 건수가 줄어든 것이다.

1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명보험사가 지난해 11월까지 지급한 해지환금금 액수는 총 24조43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24조8594억원과 비교해 8160억원(3.4%)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해약건수 역시 508만6413건에서 479만517건으로 29만5896건(5.8%) 감소했다. 

생보업계의 해지환급금 규모가 전년 대비 축소를 기록한 것은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3대 대형 생보사를 살펴보면 삼성생명은 같은 기간 1.4% 감소한 5조4903억원의 해지환급금을 지급했다. 한화생명은 6.1% 감소한 3조1015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교보생명은 6.2% 증가한 2조8305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자영업 중심으로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은 계약해지 건수가 증가할 것을 우려했다. '불경기에는 보험부터 깬다'는 말이 공식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2016년 438만9812건 △2017년 465만2913건 △2018년 499만1437건으로 해마다 약 30만건이 증가했다. 2019년에는 561만3426건으로 62만1989건이 늘어났다.

해지환급금 지급규모 역시 △2016년 20조118억원 △2017년 22조1086억원 △2018년 25조9035억원 △2019년 27조4899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히려 보험계약 해지 건수는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계약해지 건수는 558만8942건으로 전년보다 2만4484건 감소했다. 다만 해약환급금 지급 규모는 전년 26조9035억원에서 5864억원 늘어난 27조489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계약해지 건수와 해지환급금 지급 규모가 모두 줄어든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계약해지 감소 전환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보험계약 해지 증가를 우려한 보험업권과 금융당국이 대안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로 보고 있다.

보험업권과 금융당국은 2020년 상반기부터 납입유예나 일시정지, 납부중지 등 중도해지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기부터 보험업권과 금융당국이 불경기에 따른 보험계약 해지를 우려해 납입유예나 일시정지와 같은 대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면서 "이 같은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불완전판매 규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해 9월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보험사가 불완전판매 관리를 강화한 것도 해지 건수가 감소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 해지 감소에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면서 "금소법 시행을 전후로 보험사마다 불완전판매 관리를 강화한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