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D-1… 건설업계, '1호 처벌대상' 피하려 대응책 마련에 안간힘
안전전담 조직 신설하고 재해예측·안전관리 시스템 도입하고…
볼멘소리도 터져나와… "현장 고려 없고, 법 적용 기준도 모호"
중소·지역 건설사는 안전전담 조직 신설에 난색… "예산 없다"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만들어진 법"이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1호 처벌대상'이 되지 않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대재해법은 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처벌을 받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은 오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오는 2024년 1월부터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현재, 건설업계에선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이하 전경련)가 최근 7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모호한 법조항'(43.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법 해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경영책임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25.7%) △행정·경제적 부담(비용 등)(21.6%) △처벌 불안에 따른 사업위축(8.1%)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건설 관련 단체들의 모임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최삼규, 이하 건단연)도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 입법 중단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법안이 시행되면 국내에서 기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부분 과실에 의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만 고의범에 준하는 형량이 적용된다는 점, 처벌 대상이 최고경영자라는 점이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건설업계 특성상 하청업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음에도 직접 국내외 수백개에 달하는 공사 현장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반발과는 별개로 대형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 대처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내부적으로 현장 안전을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 '중대재해법 1호 처벌대상'이란 오명만은 뒤집어 쓰지 않겠다는 게 목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대표이사 오세철)은 기존 안전환경실장인 김규덕 부사장을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로 선임하고,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줬다. 안전환경실은 기존 2개팀에서 7개팀으로 확대하며, 전사적인 안전·보건 정책 수립 및 이행을 담당하는 안전보건실로 확대한다. 이외 건설안전연구소 및 안전보건 자문위원회도 신설했다.
DL이앤씨(대표이사 마창민)는 기존 발생했던 재해를 빅데이터화해 현장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을 이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안전사고 예방 기술을 적용해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전시설 설치 기준도 높였다.
이외에도 준법경영실 산하 안전관리 조직인 품질경영실을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로 재편해 각 부문별 안전관리 조직을 구축했다.
현대건설(대표이사 윤영준)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300명 규모의 안전관리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재해를 예측할 수 있는 AI(인공지능)도 도입해 시공 중인 국내 모든 건설 현장에 당일 예상되는 재해 위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잠재적 재해 위험을 파악하고 선제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관리 효율성 향상은 물론 안전재해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현대건설은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대표이사 한성희)은 기존 2개 부서였던 안전보건센터를 4개 부서로 확대하고, 담당 임원을 실장급에서 본부장급으로 격상시켰다. 또 토탈 정보 공유 시스템인 ‘포스원(POSONE)’을 구축해 사내인트라넷에 분산돼 있던 공사 관련 정보를 한 데 모았다.
‘포스원'은 모바일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며, 기본적인 공사내역부터 기간 단위 공사실적 및 계획까지 조회할 수 있다.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인 ‘스마트 세이프티 솔루션’도 현장 관리자들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스마트 세이프티 솔루션’을 활용하면 현장 정보를 확인해 비상 상황시 안전조치를 바로 지시할 수 있다.
GS건설(대표이사 임병용)도 중대재해법 시행에 발맞춰 안전·보건 담당임원(CSO) 역할을 강화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최종적 권한과 책임을 줬다.
호반건설(대표이사 박철희) 역시 CSO 자리를 신설했다. 초대 CSO는 허옥 부사장이 맡았다.
한영건설(대표이사 이행기)은 안전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채용했다.
이처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는 비상사태에 준할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예 ‘1호 처벌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행일인 27일부터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는 곳도 있다.
게다가 지방 건설사나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위한 기준을 세우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대형 건설사처럼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안전전담 조직을 신설하기엔 예산이 넉넉치 않고, 어느 정도까지 안전전담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지 가이드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5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 중 77.3%는 예산 편성 및 집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중대재해법 시행 전까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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