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제도권’ 진입 본격화…“암호화폐, 전략적 자산군”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법제화와 대선공약 제시 등 제도화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은행과 증권사 등의 시장 진입도 이뤄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과거 단순 투기 시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5일 가상자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하면서도 이를 전략적 ‘자산군’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250만원(기본 공제액)이 넘는 소득을 낸 사람은 20%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공통으로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공제액은 5000만원까지 상향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내세웠다.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것과 비교해,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등 관점이 바뀐 양상이다.
가상자산이 점진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이 단순 투기 종목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하나의 대체투자로 바라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곽준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을) 물가 인상에 대비한 헷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는 등 유용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최근 가상자산을 ‘에셋 클래스(Asset Class, 자산군)’로 여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은 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형태로 바라봐야 하는데, 현재는 블록체인 시장이 거대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도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소식이 산발적으로 들려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상자산은 시장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극소수인 점과 가격 변동성이 큰 점 등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
곽준희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의 실질적인 가치를 두고 판단할 명확한 근거를 내세울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주식의 경우 평가 모형 등이 있는데, 가상자산의 등락을 두고 이유를 내세울 수 있는 근거가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5일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거래가는 4500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가인 8720만원과 비교해 두 달 새 약 49% 하락했고, 그다음으로 큰 시가총액을 지닌 이더리움의 거래가도 같은 기간 최고 580만원에서 49% 급락해 300만원을 밑돌고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 시장에 기대감과 우려가 혼재한 상황에서,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은행권과 증권사가 가상화폐를 대신 맡아주는 수탁업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11월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 등 여러 관련 기술 업체와 함께 가상자산 수탁 합작법인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2021년 5월에는 가상화폐 수탁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 시험 개발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과 코인플러그 등 가상자산 기술 업체와 함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 중에서는 SK증권이 지난해 5월 블록체인 금융기술기업 피어테크와 합작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협력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내부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금융권의 가상화폐 사업에 진입하는 것이 가상자산 시장을 지켜봐야 할 근거라고 분석했다.
이재선 연구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나올 때마다 은행과 증권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들이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도 가능하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변 인프라의 성장세를 지켜보는 것도 유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은행과 증권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도 시장의 방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호재”라며 “다만 아직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법안이나 규제 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이를 꾸준히 지켜봐야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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