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문화=먹튀' 방정식 만든 류영진 대표...사퇴에도 투자자는 '한숨'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1.12 08:04 ㅣ 수정 : 2022.01.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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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휩싸인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가 자진 사퇴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 도덕적 비난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영진들이 특정 사업자에 매각하는 것도 아닌 ‘회사 가치’를 두고 나 몰라라 한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분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 사태와 같은 일을 계기로 스톡옵션 매각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12일 지적했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각은 통상 ‘단기 고점’으로 인식돼 주가 하락의 신호로 보고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주식시장의 신뢰도 저하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제도는 스톡옵션을 받은 뒤 2년 이상 재직하면 행사하게 돼 있지만 현재 신규 상장 이후 행사 시점에 대한 제한은 없는 상태다.

 

통상 상장을 준비하기 전 단계서 스톡옵션을 부여해 주고 정작 상장 시점엔 2년 제한이 풀려 있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최대주주 소유주식의 의무보유 기간이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서 상장 이후 6개월로 제한이 걸려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주식을 매입해 시장에 처분하도록 부여한 권리로, 카카오식 먹튀 논란이 된 스톡옵션 법적 규제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상장이나 벤처, 중소기업들을 보면 스톡옵션이 자율적으로 운영됐을 때 갖는 장점들이 많다"며 "반면 이에 대한 자율성을 없애고 규제를 한다는 건 결국 상장·비상장 모두 법적 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만약 규제한다면 상장회사들에 대해서만 제한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페이의 경우 이번 논란은 비상장에서 상장으로 거래소 진입을 하며 벌어진 일이다”며 “대주주에 의무보유기간을 조건으로 상장을 받아준다거나, 기존 상장기업들에 대해선 의무보유기간으로 통제가 어려운 대신 소수주주동의제(MOM)를 상장규칙으로 한다면 이런 문제점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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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북을 치고 있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류 대표는 지난해 11월 3일 '성장·비전' 등을 내세우며 수조원대 자금을 끌어모아 상장에 성공했고, 이후 한 달 만에 코스피200지수에도 편입됐다. 

 

하지만 류 대표는 임원 7명과 함께 지난해 12월 10일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 주식 23만주를 주당 20만4017원으로 469억원의 차익을 거두면서 먹튀 논란이 촉발됐다.

 

류 대표와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을 처분한 임원진은 이승효 카카오페이증권 신임 대표(5000주),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7만5193주),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3만5800주),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3만주),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3만주),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3만주), 전현성 경영지원실장(5000주) 등 44만주다.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지수 편입 첫날, 이러한 매각 공시에 카카오는 6% 하락했고, 주주들 사이에선 상장 약 한 달 만에 주요 경영진이 지분을 대량 매각한 데 대한 불만이 계속 제기돼 왔다.

 

카카오페이 측은 공시된 지분 매각은 스톡옵션 일부를 행사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먹튀 사태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4일 카카오페이가 '경영진 주식 먹튀' 논란에 대해 임직원과 주주 등에 향후 책임 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사과했으나 개인·외국인 등은 매도 물량을 내놓으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류 대표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지난 10일에도 카카오는 1.66% 하락한 9만5000원에, 카카오뱅크는 3.42% 빠진 4만9350원에, 카카오페이는 0.67% 내려간 14만9500원을 나타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3조 넘게 증발했고, 올 들어 카카오그룹주의 주가는 평균 19% 넘게 빠졌다.

 

카카오는 올해 개장날인 1월 3일부터 11일까지 20% 급락했다. 이 기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역시 각각 19.8%와 18% 하락했다.

 

카카오그룹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데에는 미국의 양적긴축으로 증시가 쪼그라든 것도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 전망과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각으로 불거진 ‘먹튀’ 논란 등의 악재들 때문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문화이면서 카카오의 문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카카오가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이 이것저것 될만한 사업을 다 뚫어보고 경영자들이 인센티브를 받은 뒤 탈출(엑시트)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사실 상장이란 의미를 보면 불특정 즉 대중에게 기업을 파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더 잘하겠다는 하나의 약속이다”며 “하지만 카카오는 내 주식을 남한테 넘기고 끝난다 생각하니까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카카오가 상장이란 의미를 진지하게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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