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권법 부재, 실명거래 혼탁 양상…은행 입김에 거래소 ‘휘청’

최정호 기자 입력 : 2022.01.10 09:14 ㅣ 수정 : 2022.01.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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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원 스테이션블록 대표이사가 2021년 1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가상자산 법안에 대해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회 및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혼란을 초례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는 대선 이슈와 여야(與野)간 이견 등의 이유로 업권법 제정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회가 입법 방향을 지정해 주지 않아 수수방관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실명거래 계좌 발급 계약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시중은행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실명거래 계좌를 발급해주기로 계약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화이트리스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을 원화로 거래할 시 실명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트래블룰’ 시스템 외에도 화이트리스트까지 농협은행이 계약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화이트리스트는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거래할 경우 실명 확인된 일종의 ‘사이버 지갑’을 통해만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으로 투명성의 강도를 한층 더 강화한 조치다.

 

가상자산이 마약 등과 같은 불법 거래에 사용되거나 테러 자금의 이동 경로가 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하기 위해 시중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중은행의 화이트리스트 요구는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사이버 지갑의 공인을 받으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게 될 경우 거래가 위축되거나 화이트리스트 조건이 없는 곳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아직 화이트리스트 환경 구축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도 부담인데 화이트리스트 환경 조성까지 갖추고 운영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볼멘 소리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를 내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은행별로 화이트리스트 적용이 필수인 곳이 있고 아닌 데가 있어 혼란스럽다”면서 “고객들이 화이트리스트를 적용하지 않는 곳으로 옮겨가게 될 경우 업계 불균형이 일어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한국은행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 CDBC의 민간 기관 유통을 위한 기술 검증을 마쳤고 하반기에는 시장성 확대 실험에 도입할 예정이다. 

 

또 시중은행들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CDBC를 기반으로 하지만 다양한 디지털 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모색 중인 상황이다. 

 

현재 추세라면 CBDC를 주축으로 한 시중은행의 가산자산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해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 정무위원회는 업권법 재정 방향을 놓고 규제와 성장 두 가지 측면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해 금융위에 관련 연구 용역을 지시한 게 전부다. 

 

더불어민주당은 업권법 재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입장이나, 범야권에서는 차근차근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입법 갈등 역시 장기화될 전망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학교 특임교수)는 “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 도입과 새운 사업 접목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제도는 제자리걸음 수준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는 업계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게 유동적이며 느슨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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